매일신문

야고부-박창근 논설위원

호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캥거루(Kangaroo)의 어원(語源)을 보면 참 우스꽝스럽다. 1770년 호주를 탐험하던 영국인 캡틴 쿡이 들판에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동물이 기이해서 뭐냐고 원주민한테 물었더니 'Kangooroo'라고 대답했다는데서 유래된다.

그 말은 기실 원주민들 사이엔 '나는 모른다'는 뜻인데 원주민 말을 알턱이 없는 쿡은 그 동물이름으로 오인해 부른 게 오늘날의 '캥거루'로 고착돼 버렸다. 캥거루는 새끼를 주머니에 넣어놓고 키우는 유일한 동물인데 거기엔 생태적 이유도 있다. 기생충으로 오인할 만큼 새끼크기가 작게는 2㎝ 크기밖에 안된다니 주머니에 넣어 '과잉보호'상태로 키우지 않을 수 없는 게 또한 묘하다.

그래서 프랑스의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지가 유럽의 실업대란으로 부모에 기생하며 사는 청년들이 너무 많아 사회문제가 되자 그 청년백수(白手)들을 가리켜 '캥거루족'이라 명명(命名)하면서 '인간캥거루'의 어원도 그렇게해서 생겨났다. 이 '캥거루족' 탄생은 서구사회에선 그들의 전통을 무너뜨리는 충격으로 받아들였기에 신문이 그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18세만 되면 독립하는 게 그네들의 전통이자 관행이다. 그런데 이게 실업대란으로 무너진건 일시적 현상으로 그렇다 치더라도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갈수록 청년들이 나태해지면서 무력증에 빠져들어 스스로 부모에 기생하는 '의욕상실'의 그 현상을 서구 언론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 '캥거루족'을 부각시킨 것이다.

심지어 요즘 중국이 경제호황으로 한창 뜨고 있는데다 인구과잉을 우려한 1자녀낳기의 부산물로 이 '캥거루족'이 생겨나자 그들을 '소황제(小皇帝)'라 명명하며 장래를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문제가 앞으로 중국을 망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1자녀 낳기'조차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고 한다

이 '캥거루족'이 우리나라엔 벌써 100만명이 넘어섰다하고 LG경제연구원에선 약500만명으로 추산할 정도이니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것도 양극화로 부유층 '백수청년'과 막노동 일거리도 없이 떠도는 '빈곤층의 백수'로 나눠진다하니 채찍을 어떻게 들어야 할 지 정말 난감하다. 심지어 실업대란의 사회진출에 대한 공포증으로 휴학, 대학원 진학, 외국유학으로 계속 대학에 안주하려는 '학생캥거루'까지 있는 판국이다. '자식은 매로 키운다'는 옛말이 절실하게 다가드는 요즘이다. 정부의 실업대책의 포커스가 '청년 백수'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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