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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돼도 보직 없거나 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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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고시에 합격해 연수 중인 청도군청의 강모(32)씨는 올해 곤욕을 치렀다. 경북도청에서 배치 받아 갔으나 임용을 해주지 않아 애간장을 태웠던 것. 결국 도청이 개입해 가까스로 해결되긴 했으나, 지방고시의 현 주소가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지방 정부에 우수한 인력을 배치해 현지 행정 수준을 한차원 끌어 올리겠다는 발상에서 1995년부터 선발되고 있다. 경북 도내에는 현재 행정 19명, 농업 3명, 토목 4명 등 26명이 배치돼 있다. 그 중 5명은 도청, 나머지는 시군청에 근무 중.그러나 이들은 공직사회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군청은 아예 배치하지 말아달라고 도청에 간청할 정도. 우여곡절 끝에 임용돼도 보직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 때문에 차라리 지방고시를 없애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마저 고개 들고 있다.

토목직에 합격해 작년 3월 경주시청에 배치된 지방고시 출신은 5급 자리가 아닌 수해복구 단장으로 지금까지 있다. 연수를 마치고 올 3월 김천.구미 시청에 간 2명은 보직을 받지 못해 총무과.기획담당관실 등에서 일을 거들고 있다.

상주시청은 2명, 경주시청과 군위.의성군청은 각 1명씩을 면장으로 내보냈다. 정책 입안 및 기획부서 근무를 목적으로 했던 당초 취지는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는 상황.

30대 초반의 지방고시 출신들이 면장을 맡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주민들과 면직원들은 "최고 어른으로 모시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청도군청의 한 직원은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5급 사무관 한자리를 보고 20∼30년간 목 매달고 있다. 그런 판에 지방고시 출신이 그 자리를 갉아 차지하고 앉는 걸 반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단체장들의 거부도 직원 못잖다. 표를 먹고 사는 단체장들로서는 한사람이라도 더 승진시켜야 선거에 유리하고, 5급 한 자리를 자체 승진시키면 6∼9급까지 연쇄 승진이 가능하나, 5급 지방고시 출신이 들이 닥치면 단체장들이 그런 '은전'을 베풀 수 없다는 얘기.

이것이 지방고시 출신들이 눈치밥 먹는 이유이고, 이런 상황에서 능력 발휘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인 게 현실이다.

경북도청 직원들도 반응은 마찬가지.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시군청에 있는 자리를 지방고시 출신들이 '점령'하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직원들은 행자부까지 원망한다. 일반 고시는 수십년 되고도 그 출신이 도청에 30여명 밖에 없는데, 지방고시는 겨우 시행 6년째에 벌써 26명이나 내려 보냈다는 것. 한 직원은 "1997년에는 무려 7명이나 경북에 배정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청측도 이런 정서를 감안, 행자부에 지방고시 출신자 배정을 줄여 달라고 수시로 건의하고 있다.

한 자치단체에 근무 중인 지방고시 출신은 "직원들은 물론 단체장까지 시선이 따가운 것 같은 느낌을 수시로 받는다. 공직을 떠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단체장을 선거하게 되면서 시군청의 중견 간부 능력 평가의 잣대는 표를 얼마나 모을 수 있는가로 집약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서러움은 계속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울해 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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