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약령시 축제

'약령시 거리에 전시된 풀꽃들/이름표 하나씩 달고 다소곳이 서 있네/산에서 들에서 무심히 보아 넘겼던/가구자, 복분자, 창이자, 우방자, 마린자…/골담초, 구미초, 녹제초, 어성초, 하고초…/낯선 이름들이 맹랑하게도 사람 이름 같아/중얼거리다 가만히 들여다보네/제 이름 밑에서 꿈꾸고 있는 까만 씨앗들/…〈중략〉…/이름에 뜻이 있듯이, 풀꽃 이름에서 길이 보이네'(박지영의 시 '풀꽃 이름처럼' 중에서)

▲'정과 사랑 그리고 건강과 여유'를 주제로 내건 '2001 대구 약령시 축제'가 오늘 막이 올랐다. '한국 방문의 해' 기념 문화관광축제로 지정, 남성로 약전골목과 약령시 전시관 일원에서 2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축제는 길놀이.고유제 등을 시작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약초꽃동산 조성, 야생화 전시, 약초꽃 사진전, 우리 약초 천연색깔전, 한방상품 판매전, 한방요리 전시 및 시식, 한방유물과 자료 기행…….

▲한방 떡맛 자랑, 짚풀문화 솜씨 재현, 약첩싸기 등 각종 한방체험 행사들과 약썰기 등의 경연, 한방 무료 진료와 보약 증정, 한방종자 제공 등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는 프로그램들과 약령가요제, 우리 약초 채취대회 등 이 축제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행사들이 잇따르게 된다. 특히 JCI 아태대회 등 국제 행사들과도 맞물려 대구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이 전통한방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도 하다.

▲약령시는 조선조 효종 때 봄.가을의 한약재 거래시장으로 조성돼 3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면서 대구의 명물거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서울 경동시장 등에 밀려 점차 위축의 길을 면치 못해 상권 회복 등 획기적인 재도약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대구 시민들의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전국 최고의 한약재 전문시장의 옛명성을 되찾으려면 관.민 차원에서 서둘러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약령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대구시가 내년부터 2005년까지 500억원 이상을 들여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한의약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라지만 과연 차질없이 진척될는지 걱정스럽다. 박물관 건립, 약초공원 조성, 한약 관련 대학 분교 유치, 전통 한약방 재현 등이 그중 뚜렷한 숙제들이다. 한의약 문화 벤처산업 단지 개발과 관광 벨트 조성 등도 기대된다. 아무튼 올해 약령시축제가 옛명성을 회복하고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신호탄이 되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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