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길 끄는 새 역사소설

대륙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늘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요구했다. 그 와중에서 한국의 역사는 개방과 수구, 실리와 명분의 싸움으로 점철돼 왔으며, 그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휘몰아치는 정치적.문화적 격변 속에 역사의 주인공들이 선택한 삶, 그들이 겪었을 고뇌와 번민에 대한 포착과 묘사. 그것은 다시 혼돈의 시대인 오늘 우리들 삶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영화 '장군의 아들'의 원작소설인 '인생극장'의 원로작가 백파 홍성유(73)의 장편소설 '나설때와 물러설때'(북@북스)와 젊은 작가 김탁환(33)의 대하 역사소설(전7권) '압록강'(열음사)이 동시에 출간됐다.

'나설때와...'는 14C 원.명 교체기를, '압록강'은 17C초 명.청교체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았다. 거센 변혁의 바람이 대륙과 이땅을 휩쓸던 혼돈의 시대가 두 소설의 주인공들이 살다간 무대이다.

'나설때와...'는 중국에서 원나라의 지배력이 느슨해진 고려말 홍건적의 침입을 배경으로 한 장편 시대극이다. '여진족 추장 퉁두란티무르(후일 李芝蘭)와 우정을 맺고 이성계의 휘하에 들어가 홍건적을 격퇴하며 조선 개국의 발판을 마련한 보부상 출신의 장수 백현아. 그러나 승전의 논공행상을 두고 벌어지는 암투를 보고 그는 조용히 사라진다'. 참된 무사의 길. 남아로서의 참 용기. 역사의 전면에 나서 민족을 구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 이름없는 영웅들의 장대한 서사시.

정치적인 노욕과 물질적인 탐욕만이 난무하는 오늘 이땅의 정치상황에 대한 '촌철살인'이다. 문장 자체를 읽는 맛도 쏠쏠하다. 예스러우면서도 간결한 문체가 한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다.

'압록강'은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파란많은 삶과 애환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대하 역사소설이다. 임경업과 강홍립.광해군.최명길 등 역사속 실존인물들과 작가가 창조한 의적떼 활빈당의 두령 교몽이 등장한다.

혼돈과 미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 치밀하고 용감하게 싸워나간 인간들의 위대한 투쟁의 기록. 소설의 이름에 걸맞게 공간적인 배경 또한 조선과 요동을 아우른다.

웅장한 스케일과 맛깔나는 스토리의 전개. '압록강'은 400년 동안 이땅의 민초들에 의해 축적된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녹아든 독특한 대하소설이다. 작가는 "'압록강'은 단순하 역사의 복원이 아니라, 역사의 전승"임을 강조한다. 격동의 시대에 인간의 운명이란 무엇인가. 오늘 우리가 당면한 '혼돈'을 깨기위한 '화두'는 어디에 있는가.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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