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포항의 중추 산업은 철강이었다. 그러나 철강이 포항의 경제 기반을 언제까지 지탱해 줄 지는 의문. 우리 철강산업은 이미 중국.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과 선진국의 첨단 신소재 대체 개발 속에서 샌드위치가 돼 가고 있다. 포항의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
◇또하나의 축을 만들라! = 철강은 물론 앞으로도 포항의 중추산업 역할을 계속하겠지만, 그것 외에 또하나의 축을 더 만들자는 것이 포항시청의 구상이다. 그것은 포항을 첨단 과학도시로 육성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포항시청의 투자가 어디로 집중될지는 자명해진다. 철강산업은 그 자체로 국내 독보적일 뿐 아니라, 포철이라는 거대 기업군이 저절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
새로 마련하려는 축의 핵심은 '벤처 밸리' 프로젝트이다. 30년 전 황량하기만 했던 뻘밭에서 세계적 포철을 탄생시켰듯, 이제는 포항을 실리콘밸리에 맞먹는 도시로 키우자는 것이다. 16일 결성된 포항 벤처투자 조합, 17일 기공되는 포항 테크노파크도 그런 구상의 실현 중 하나이다.
시청은 5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등 준비해 왔고, 올 3월엔 포항공대 일원 58만여평을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로 지정 받기도 했다. 작년 12월엔 산업통상부가 테크노파크 부지 일대를 '산업기술 단지'로 지정했었다.
◇종잣돈 55억원 = 16일 출범한 벤처투자 조합의 이 출자금은 첨단 기술을 갖고도 자금이 없어 문을 못여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 자본을 못구해 서울로 옮겨 가는 유망 벤처들을 붙잡아 앉히자는 것이 목표이다.
포항 산업과학 연구원 재직 중 1998년에 첨단 음주측정기를 개발했던 (주)센텍코리아는 그 2년 후 서울로 옮겨 갔었다. 포항에서 성공한 또다른 몇몇 벤처기업들 또한 잇따라 서울로 갔다. 지방에서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이 문제 극복 여부가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갈림길이 돼 있는 것이다.
투자조합 운영.관리를 맡은 '포스텍 기술투자' 이내형(42) 관리팀장은 "앞으로 지역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 3억∼5억원 가량씩 투자할 계획"이라며, 투자 기업을 코스닥에 등록시킨 후 주식을 파는 방법으로 투자액을 회수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테크노파크 황명석 기획팀장은 "이미 포항에는 대학 인큐베이터에 100여개 예비 창업자들이 있다"면서, 이번 종잣돈은 이들을 위해 쓰되 성공한 뒤에는 수백억원대의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일반 시민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엔젤 클럽'도 올 하반기에 설립한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했다.
포스텍 기술투자는 포철이 300억원의 자본금을 대 1997년에 만든 창투 전문회사. 그동안 포항 15개 벤처, 해외기업을 포함한 60여 기업체 등에 투자, 수확을 앞두고 있다.
◇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터전이 생긴다 = 테크노파크는 산업체.대학.연구소 등이 협력해, 정보 교류, 기술 개발.이전, 신기술 창업, 기술 투자 알선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기능을 한 곳에 종합하려는 연구 개발형 기술 단지.
포항에는 또다른 특성이 있다. 인천 송도밸리 등 지금까지는 주로 광역 시.도에서 이런 것을 주도해 왔으나, 이번엔 전국 처음으로 기초 자치단체가 이를 시도하는 것.
이번 1차 조성사업에는 포철.시청이 각각 200억원씩 부담하고, 역내 기업들도 50여억원을 보탰다. 총 사업비 500억원. 2005년까지 포항공대 뒤 4만2천여평을 첨단산업 단지로 만든다는 것이 목표이다. 내년 말부터는 벤처의 입주가 시작돼, 최종적으로는 70개 벤처가 입주할 전망이다.
포스코개발 사장을 거쳐 초대 사업단장을 맡은 이명섭(57)씨는 "1차 공사가 마무리되면 1천500여명의 고용 창출, 연간 700여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또 여기서 개발된 신기술로 역내 다른 곳에 생산 공장을 짓는 간접 효과까지 감안하면 7천여명의 상시 고용, 연간 3천500여억원의 생산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1차 사업이 마무리되면, 2차로 2006년부터 100여만평 규모의 제2 테크노파크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독보적인 입지를 활용하자 = 포스텍 이전영 대표이사는 "수도권, 대덕단지의 대전 등을 빼고는 포항만큼 벤처에 적합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곳이 없다"고 했다. 포항 테크노파크 이명섭 단장도 "포항공대, 산업과학 연구원, 방사광 가속기 등 유례없는 학문적 기반을 갖췄으니 테크노파크 성공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테크노파크의 주도자가 될 포항공대에는 200여명의 교수, 100여명의 연구인력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산업과학 연구원에서도 300여명의 연구인력이 첨단 과학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한동대도 생명공학 분야에선 국내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정장식 포항 시장은 "거기에 기업체 전문인력까지 가세, 언제든지 상업화.실용화가 가능한 응용기술이 지역에는 다양하다"며, "앞으로 서울에서 포항으로 기술을 이전 받으러 오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시청은 마케팅.홍보.재무.회계 등도 테크노파크에서 총괄 지원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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