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입소 안부만 챙기는 농림부

중국마늘 추가수입 문제와 관련, 14일 열릴 예정이던 민주당과 농림부의 당정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지난 10일 한갑수 농림장관은 구미를 방문, 이 자리에서 수입분의 제3국 직수출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었다.

농림부로 전화를 걸었다. 받은 사람은 채소특작과 김재왕 사무관. 구미 방문 때 장관을 수행했던 담당 실무자였다. 그의 말은 달랐다. "중국 추가 수입분의 제3국 수출은 지난달 25일 당정회의에서 이미 결정됐고 보도도 됐던 것 아니냐? 더 이상 당정회의에서 다룰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오늘 열리기로 예정됐던 당정회의는 또다른 중요한 사안을 다루기로 계획됐을 뿐"이라고 했다.

이 말이 맞다면, 농림장관의 구미 발언은 뭔가 잘못돼 있음에 틀림 없을 것이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의성농민회 김선환 회장은 "제3국 수출 얘기야 진작 나온 것"이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마늘 수입으로 인한 농민 피해 보상과 마늘협상 실패 책임자 처벌이다. 오는 17일엔 의성 농민 총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했다.농림부로 전화 통화를 하던 시각 경북경찰청. 이근식 행자부 장관이 기자실을 찾았다. 지방자치 경찰제 도입 시기 상조론, 경북 치안이 잘되고 있다는 둥 이야기가 여유롭게 오갔다. 그러다 수입 소 이야기로 옮겨 갔다. 장관과 전용찬 경북청장은 같은 얘기를 두번이나 반복했다.

장관이 "소가 죽을까 봐 걱정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고 하자, 전용찬 경북청장이 "장관님이 소는 죽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받았다. 지난 5, 6일 이틀 동안 경주 길에서 갇혔던 호주산 소 사태가 별다른 충돌없이 잘 마무리 됐다는 환담이었다.

기자가 끼어 들었다. "소 심정까지 그렇게 잘 헤아리는데, 한우 농가들의 마음은 어떠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이 장관은 "나도 농촌 출신이어서 농민 마음을 알지만, 생우수입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농림부를 가여워하는 듯한 말도 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수입된 생우의 유통과정을 알 수 있도록 표시토록 하자는 의견이 행정개혁위에서 통과됐는데도 보류된 것 아닙니까?"

그렇게 여유 있어 보이던 장관이 서두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 하자. 그렇잖아도 빈손으로 와 미안하니 다음에 오면 술 한잔 사겠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날 경찰청 주변에는 장관에 대한 30여분 업무보고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내 경찰서장들을 태우고 그 먼 길을 온 검정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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