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고 하찮은 먼지의 위력

먼지는 작고 하찮은 것. 하지만 태양 아래 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다. 이 작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가 얼마나 신비하고 위대하며, 때로는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문화사학자인 조지프 어메이토가 쓴 '먼지'(강현석 옮김.이소 펴냄)는 먼지라는 작고 보이지 않는 것의 역사를 탐구한 책이다. 진드기 배설물에서 우주 먼지까지, 연금술에서 나노테크놀러지까지 먼지를 통해 인간 문명사의 변천을 더듬어 보고 있다.

먼지의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한 모금의 담배 연기에는 40억개의 먼지 입자가 들어 있고, 인디고 한 알갱이로 깨끗한 물 1t을 푸르게 물들일 수 있다. 1년 정도의 시간이면 웬만한 도시의 건물 옥상에 몇 톤의 미세한 부스러기가 쌓일 정도다.

이런 먼지에 대한 인류의 투쟁은 영원히 지속되고 있다. 산업화 초기 단계였던 19세기 영국에서는 먼지가 공중보건관료들의 적으로 낙인찍혔고, 위생학자들은 먼지와 질병간의 연관성을 단언했다. 이때부터 인간은 먼지를 없애기 위해 대대적인 청소가 시작되면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을 소위 '대청소 시대'라고 저자는 분류하고 있다. 기업들도 먼지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1806년에 창립된 콜게이트-팜올리브사를 비롯 양초 및 비누생산업체인 프록터&갬블, 순면 거즈붕대를 생산한 존슨&존슨, 안전면도기 회사인 질레트가 탄생했다. 대청소에 기여한 생활용품들을 생산한 이 기업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거대 기업으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미세한 살인자들의 세계는 인간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는다. 숱한 바이러스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저자는 광우병과 여타의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단백질 조각 '프리온'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작고 하찮은 것들과의 변화무쌍한 관계로부터 우리 삶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통찰하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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