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잇따른 총기난사사건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속출, 총기규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최근 새 총기규제법을 제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특히 미국 여성단체들이 총기단속 강화를 위해 세계적 캠페인 전개에 돌입했으나 부시행정부는 '마이동풍'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기이한 미국의 총기문화와 함께 '미 총기단체와 정치권간의 밀월(蜜月)'이란 음흉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총기 피해 유형=미국의 총기난사 사건은 마치 헐리우드 갱스터 영화처럼 무차별적으로, 또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올들어 주요 총격사건만 해도 6건이나일어났으며 이중 절반이 학교와 직장에서 일어났다. 대부분 총기난사 사건은 마약 등 범죄단체 일원이 아닌 10대 반항아나 평범한 직장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고, 범행대상마저 다수의 직장동료나 같은 학교급우 등 불특정 대상을 겨냥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범죄동기가 '따돌림' 등 사소한 이유에서 출발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1999년 미국에서 발생한 전체 살인사건 1만2천658건중 3분의 2가 총격사건인 것으로 분석됐다.
◇분노한 미 여성단체=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미 콜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5월 총기규제 대책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결성된 여성단체 '미국의 백만 엄마행진(US Million Mom March)'은 지난 10일 세계단체인 '빌리언 맘 마치(Billion Mom March)'를 결성, 세계적인 캠페인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단체는 세계 각국에 지부를 개설하고 미정부와 유엔기구에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할 방침이다.
◇어정쩡한 미 정부태도=부시 대통령은 지난 14일 필라델피아에서 총기범죄 대책방안인 '안전한 이웃계획(PSN:Project Safe Neighborhoods)'을 발표하면서 "미국사회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총기사고가 만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새 법을 제정해 총기소유를 규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법제정 대신 "기존의 법을 더욱 강력히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SN은 미정부가 향후 2년간 5억5천만달러(한화 7천95억원)를 투입, 총기범죄를 집중 수사할 검찰인력을교육, 채용하고 지역사회의 총기 예방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기이한 미 총기문화=미국인들은 영국의 식민통치와 개척시기 인디언과의 투쟁 과정 을 통해 총의 힘으로 나라를 건설했다는 믿음으로 인해 '야릇한총기애호관'을 갖고 있다. 총기소지를 '자기방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미 총기문화는 1791년 개인의 총기소유권을 명시한 미 '수정헌법 제2조' 가 제정된 이후 210년동안 유지돼 온 제도로 미 독립역사와 기원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 가정의 43%가 자위수단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나 그 대가는 엄청난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다 약3만5천명이 총기 사고로 희생되는 데, 베트남전에 11년간 개입해 입은 인명피해가 5만8천여명에 그쳤다. 또 개인들이 총기를 자기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경우보다 살인 또는 자살에 이용하는 사례가 43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과 총기단체간 밀월=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총기협회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는 탄탄한 조직과 자금력으로 미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근 3년간 NRA는 총기관련 규제를 지지하고 있는 미 민주당에 매년 20만∼4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반면 '찰떡궁합' 관계인 공화당에는 4∼8배가 넘는 160만 달러(한화 20억6천만원 상당)를 매년 제공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시의 대선당시 상당 금액을 헌금한 것으로 알려져 부시의 총기정책이 클린턴 정권에 비해 한층 온건해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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