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등급제란 대학들이 지금까지 입학생들의 출신 고교별 숫자와 입학 후 수학 능력 등을 분석, 전국 고교에 일정한 등급을 부여해 이를 신입생 선발 때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평준화 이후 고교 등급제는 일종의 '괴담'으로 치부돼 왔다. 일부 사립대들이 이를 전형에서 활용한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상위권 대학 진학생이 많은 소위 '명문고'에는 입학만 해도 덕을 본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특히 2002학년도 입시에서 학교생활 기록부 비중이 커지면서 고교 단위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성적 부풀리기 등 문제가 빚어지면서 대학들도 공공연히 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이맘때 서울대 교육연구소는 고교의 성적 부풀리기를 비판하면서 "현존하는 지역.고교간 학력차를 반영하는 고교 등급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성균관대는 지난달 발표한 1학기 수시모집 요강에서 수험생의 출신 고교에 따라 학생부 성적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명문화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교조, 학부모단체 등은 고교 등급제를 '연좌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배들의 진학 정도나 성적에 따라 후배들의 합격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입시 제도와 내신 성적 산출에 문제가 있는데 검증하지 않을 도리가 있느냐"고 하소연한다. 문제가 된 성대 전형안을 살펴보면 대학측의 의도는 확연히 드러난다.
성대 전형안은 1학기 수시모집 지원자격을 학생부 성적 상위 10% 이내로 제한하면서 △최근 3년간 30명 이상이 입학한 고교 출신에 대해서는 15%로 완화하고 △1단계 전형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성대 진학성적을 참고한다는 것이었다.
고려대도 "최근 3년간 입학한 고교 학생들의 성적을 참조한다"는 조항을 수시모집 요강에 포함시켜 두고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건 대학들이 최근 3년 정도의 입학생은 일단 고교별로 분류하고 그들의 대학 성적을 점검한다는 사실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입학생들을 출신 고교별로 분류하고, 대학 성적까지 연결시키는 건 간단한 전산작업으로 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들이 이같은 자료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학들은 과연 이 자료를 입시에 활용할까?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는 힘든 일이다. ㄱ대 관계자는 "내부 자료로 여러 목적에 활용하지만, 출신 고교에 차별을 둬 수험생들에게 어떤 이익이나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모호한 이야기다.
앞의 입시학원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뽑는데 혈안인 대학들에게 이 자료를 활용하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우습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학생부에 대한 대학들의 불신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만큼 대학들도 등급제라는 자체 검증도구를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평준화 지역 수험생이나 학부모로서는 고교를 선택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고교 등급제가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대학들은 어쩌면 고교별로 등급이 아니라 점수까지 매겨뒀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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