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나라. 자작나무와 낙엽송, 전나무숲이 하늘을 찌르고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는 땅. 북위 42도~45도에 걸쳐있는,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80% 정도되는 섬 홋카이도(北海道). 6개의 국립공원과 4개의 국정공원, 12개의 도립공원이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200여개의 온천과 4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 레저 관광 천국 홋카이도. 인구 600만명에 GNP는 일본 전체의 2.6%정도에 불과하지만 미개발지인 만큼 자연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KAL기 폭파로 269명의 원혼이 깃들어 있는 아픈 기억의 땅이기도 한 홋카이도가 21세기 들면서 한국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5월 중순인데도 멀리 해발 2천m가 넘는 산들이 하얗게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사계절 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요테이(羊蹄)산은 그 모습이 동경의 후지산을 빼 닮았다. 계곡엔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어도 바람은 차지 않다. 눈 밑에서도 파랗게 잔디가 자라고 있는 곳이다. 나무들도 이제 막 새잎들을 피워내기 시작한다. 한 겨울에도 영하 15℃를 밑돌지 않고 한여름에도 25℃를 넘지 않는 기후다. 그러면서도 한여름 태풍이 시베리아 고기압에 밀려 전혀 기를 펴지 못하는 곳이다.
삿뽀르(札幌)의 신치토세 국제공항에서 도우낭(道南))지역의 온천으로 유명한 노보리벳츠(登別)까지는 전세버스로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2차선 포장길을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달린다. 길 양쪽으로 잎끝이 말라가는 산죽숲에 자작나무나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길 옆에 전봇대처럼 6m쯤 되는 기둥을 세워두고 그 끝에서 지상으로 눈금 표시를 한 표식을 달아두었다. 한겨울, 눈이 3~4m씩 내려 쌓이고 이때 차선을 표시해주는 안내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눈의 나라인 이곳은 여름에는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시원한데다 태풍마저 비켜가 일본 전국의 휴양객들이 몰려드는 휴양의 땅이 된다. 이런 홋카이도가 이제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남아 인접국가들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2002년 월드컵경기를 공동 개최하면서 세계로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을 준비에 나름대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홋카이도는 많은 시설들에서 외국인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불평을 사기도 한다. 한국어 안내는커녕 영어 안내 표지판도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세계 관광객에게 손짓을 하느냐는 핀잔에 가모리 관광 주식회사의 기미추구 가모리(加森公繼) 전무는 "홋카이도이기 때문에 모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어려울 때 관광에 대한 투자를 해왔고 또 모든 시설과 코스들을 자연과 친화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자랑이다. 일본에서는 가장 낙후된 지역, 개발되지 않고 보존돼 있는 것이 홋카이도의 자산이다.
온천욕과 둘레가 52km나 되는 시코즈코(支笏湖) 관광, 여기다 북해산 털게요리에 삿뽀르 맥주라도 한 잔 곁들이면 관광의 즐거움에다 입맛도 높이고 충만감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마치 북구같은 자연환경의 홋카이도 관광은 우리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경우기자 thelee@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