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나는 뼈가 으스러지듯한 마음고생을 겪은 적이 있다. 이웃에서 밭을 일군다며 20~30년생 정원수들을 대형 굴삭기로 갈기갈기 찢고 짓이겨서는 여기저기 구덩이를 파서 생매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곧잘 나무 사랑을 외치고 있다.
우리 민족은 태고 이래로 나무며 숲을 경외하도록 가르쳐 왔다. 4년 전, 2억원의 예산으로 이식하여 살려낸 마북의 600년생 느티나무는 이 마을에 새 터를 잡고 이주하여 온 안동 권씨가 어린 묘목을 소반에 받쳐들고 엄숙한 자리를 마련코서 식재하여 당산목으로 숭상해온 나무다. 이러한 일들은 흔히들 말하는 미신이 아니라 온갖 사물들을 신의 것으로 인정하려는 철학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서구에서 들어온 현대과학에 푹 빠진 우리는 그러한 행위들을 비과학적이요 무식한 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얕잡아 보았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서구문명에 몰입하고 있는 그 새, 우리를 그런 식으로 가르쳐 온 서구의 과학계에서는 엉뚱한 연구가 진행되어온 것이다. 나무는 물론 모든 식물들이 사고하며 기억하며, 톱을 들이대면 두려워서 떨기도하고 분개도하며 원통하여 복수심을 품기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그 증거를 하나하나 챙겨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수 김도향씨 같은 이도 이러한 사실을 실증하는 실험에 참여하여 보고서는 생명체 하나 하나의 존귀함에 숙연하여짐을 체험하였다고 실토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본위로 매사를 생각한다. 그래서 마침내에는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물론 천하 만물에 대한 경외감은 사라지고 나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가치를 인정하려드는 지독한 이기주의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식물이며 동물학대로 이어지게 되고 그로 인한 업이 얼마나 자기자신에게 불리한 악연으로 닥쳐오는지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인간의 혼백이 이 세상에 온전하게 존재하게 되는 것은 나와 주고받는 사랑이라는 고리들이 얽히고설켜서 망망한 우주 공간 속에 안정을 찾아 떠 있게 되는 현상인 것이다.
그 사랑의 고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요, 미워하거나 적대시하는 적이 많으면 많을 수록 불안한 형태로 떠돌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랑의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그 생체의 연륜과 덩치, 그리고 질에 따라 보이지 않는 인력의 끈이 굵거나 가늘 뿐이다. 옛부터 노거수를 해치면 사람이 큰 재난을 당한다고 한다. 특히 당산목 같은 수백년 묵은 절 받는 나무를 해치면 당장 그 날에 죽어가게도 한다. 그 나무를 사랑하던 많은 이들과의 끈들이 일시에 단절되면서 일어나는 사랑의 소용돌이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리라.나무를 사랑해야하는 진짜 이유는 나를 온전하게 이 우주 속에 존재케 하는 사랑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역학적인 안배 때문이다. 나무는 결코 제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사랑의 끈이 연결되어지는 것이다. 하기에 수익성이 높이 보장되는 투자인 셈이다. 그늘을 제공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피톤치드를 발산하며, 용재와 연료를 제공한다는 등등의 사실은 오히려 작은 이익에 불과하다.
내 생명을 위해 이래저래 수지맞는 투자인 것이다. 그러기에 나무 한 그루 심고 가꾸며 사랑을 해주는 것은 곧 나의 생명을 심고 가꾸는 또 다른 한차원 높은 업이라 하겠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진정 나무를 사랑해야 겠다.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홍익이념(弘益理念)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해아학원 재단이사장.나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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