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安東洙)신임 법무장관이 21일의 취임식 직전 기자실에 배포한 자료가 왕조(王朝)시대 임금에 대한 충성 서약서를 방불케하는 내용으로 가득찼다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인재 발탁에 문제가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만하다. 안 장관측이 보낸 A4용지 2쪽짜리 자료에는 "파격적으로 발탁해주신 대통령님의 성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한 목숨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하여…"등 김 대통령에 대한 절절한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어 법무장관이 이 나라의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복이 아닌가 착각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메모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다짐까지 하고있다. 그렇다면 안 장관은 검찰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재창출 하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인지, 우리는 시대 역행의 내용에 아연할 따름이다. 가뜩이나 내년 선거가 얼마만큼 공정하게 치러지느냐를 두고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는 터수에 검찰총장을 감독하는 법무장관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라면 내년 선거는 보나마나 뻔할 것만 같으니 큰일이다. 안 장관측은 이 메모내용에 대해 같은 사무실을 쓰는 ㅇ변호사가 작성한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안 장관이 직접 썼다는 개연성을 부인키는 어렵다고 본다. 우선 안 장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안 장관이 직접 썼다"고 밝힌데다 동료 변호사인 ㅇ씨가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면서도 무엇을 썼는지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로 봐서도 그렇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안 장관은 아부성 발언에다 거짓말까지 덧붙인 꼴이 되는 것이다.
DJ식 오기 인사도 문제다. 7년의 평검사 경력에 민주당의 원외 지구당 위원장으로 선거에 3번 떨어진 안 장관이 제제다사의 검찰조직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그것은 정말 착각이다. DJ는 이미 김태정, 손숙, 주양자 전 장관 등을 잘못 발탁한 전력이 있다. 그러고도 이번에 안 장관을 정치논리에 따라 발탁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인사다. DJ의 용인술(用人術)을 다시 지적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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