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맥타가트의 대구 사랑

다 헤진 와이셔츠와 성한 데 없이 기운 바지, 뒷굽이 다 닳아버린 구두, 바느질로 떼워진 가방…. 우리는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이제 더 이상 제자들에게 줄 게 없어 돌아가야겠다'며 무릎 질환으로 지팡이에 의지한 채 40여년 정든 대구를 떠나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던 벽안의 노교수 아더 조셉 맥타가트(86·대구 명예시민) 박사를 기억한다. 월급의 대부분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내놓던 그의 '청빈과 봉사'의 삶과 '참스승'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1953년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으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그 이후 대구미국문화원장(56~59년)을 지내면서 대구에 남다른 사랑이 싹텄다. 한동안 우리나라를 떠났던 그는 76년 영남대 영문과 교수로 돌아와 97년까지 참스승의 길을 걸어 무수한 화제를 낳았으며 '살아 있는 성자(聖者)'란 칭송도 안았다. 영남대는 임용규정을 고치면서까지 평생 봉직을 권했지만 부담을 주기 싫다며 영주 귀국한 그였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우리 고대문화에 깊이 매료됐던 그는 주로 50년대 후반에 수집해 샌프란시스코 동양미술박물관에 보관 중이던 문화재 480여점을 2000년 4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고, 그의 희망에 따라 국립 대구박물관에 옮겨와 보관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을 눈 감기 전에 주인에게 되돌려 줘야겠다는 그 뜻은 숭고하며, 남다른 대구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대구박물관은 그 기증 문화재 특별전인 '맥타가트 박사의 대구 사랑, 문화재 사랑'전을 22일 개막했으며, 오는 8월 5일까지 100일간 계속된다. 전시된 유물들 중 현풍 일대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토기와 가야토기들은 당시의 특색을 알려 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며, 고려청자들도 상감청자의 진수를 보여 주는 걸작들로 꼽힌다. 이 전시회에는 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20여점의 사진들도 곁들여지고 있다.

◈대구박물관은 근년 들어 유물 전시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이미지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대구를 각별히 사랑하는 맥타가트 박사와 역시 그런 마음에 남다른 김권구 대구박물관장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대구 사랑의 이중주'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번 '대구 사랑, 문화재 사랑' 특별전이 시민들에게 그 명제에 걸맞게 특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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