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주제파악 좀 합시다

내 친구 중에는 예쁜 아내를 두어 부러움을 사는 이가 있다. 겉모습만 예쁜 것이 아니다. 시어른을 지극히 모시는 정성이나 남편 친구에 대한 예절, 음식솜씨까지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남편이 모임에서 눈살 찌푸려지게 아무렇게나 떠들어도, 친구들 앞에서 절대 핀잔주는 일이 없다. 그저 조용히 웃고 있을 뿐이다. 정말 부러운 아내다. 그런데도 그는 아내에 대한 불만이 많다. 까닭을 들어보면 모두 하잘 것 없는 것들이어서 '자신을 알고, 주제파악 좀 하라'고 따끔하게 충고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 답답하다.

우리 어린 학생들 중에는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제 능력과 소질을 잘 알아서, 이를 살리고자 실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다. 담임선생님이 보기에도 그 학생의 판단이 매우 옳은데도 어찌된 셈인지 부모님은 한사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만 고집한다. 공부에는 소질도 취미도 없는 그 학생이 인문계는 가서 무얼 하겠는가? 도대체 학생의 장래를 위한 판단인지, 부모 체면을 위해 자식을 희생시키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분수를 모르는 학부모 때문에 마음에 깊은 멍이 든 그 학생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많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겸손하게 이웃과 함께 삶을 누리는 사람보다는 분수없이 날뛰는 사람을 매우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할 지도층 인사가 오히려 더 주제파악을 못하고 분수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많으니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입으로는 자나깨나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서 민생현안은 뒷전인 채 밥그릇 싸움에 멱살잡이로 꼴사나운 국회의원님들, 시민의 혈세로 관광외유 일삼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일부 지방의회 의원님들, 제발 분수를 알고 모범 좀 보입시다.

이런 풍토가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 선거마저 망쳐놓으려는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소신 있게 교육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것보다는 한풀이식으로 '네가 나오는데 난들 못나가랴?'하며 인맥과 학맥을 앞세워 출마하려는 후보 예정자님들이 많다고들 걱정이다. 부디 바라건대 주제파악 잘 하셔서 인생에 오점을 남기는 일은 없도록 합시다.

대구중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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