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취임 한달만에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됐다. 일본의 한 TV방송은 그를 상대로 10대 스타에게나 어울릴만한 '국민적 아이돌(우상)'이란 표현을 쓸 정도이며, 지지율이 90%에 이르는 등 역대 정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 열도에 '고이즈미 광풍(狂風)'이 불고 있는 것이다.일본은 왜 고이즈미에 열광하는가? 계파나 파벌주의 정치에 식상한 일본 국민들은 고이즈미에게 젊은 마스크 만큼이나 신선한 개혁투사의 인상을 받았다. 그는 자민당의 정치개혁과 파벌해소를 내세웠고 TV 등 매체를 통해 이를 감각적인 개혁 구호로 쏟아내 대중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일본 사회의 보수.우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강경 우파들이 틈만나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태평양 전쟁의 당위성 등을 주장하며 '오른쪽 날개'를 펼 기회를 노려왔다. 고이즈미는 보수.우익의 숙원인 이같은 과제들을 적극 추진, 잠재된 일본의 민족성에 불을 질렀다. 그는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재수정 불가'라는 입장을 보였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총리자격으로 8.15 패전일에 공식참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 일본의 경제적 힘에 어울리는 군사적 지위를 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이즈미는 "힘들 때는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을 생각한다"는 기상천외한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고이즈미의 인기는 잠재적 폭발성을 지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 지지자나, 진보적 인사들까지 그를 지지하고 있고 국민 상당수가 그의 이미지에 매료돼 있다고 한다.
반면 견제의 목소리는 대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치평론가 모리타 미노루(森田實)는 "히틀러의 진격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 유명한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는 "일본인은 한번 발동이 걸리면 무섭다"라며 파시즘과 전쟁찬미에 대한 일본우익세력의 준동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 국가의 국시(國是)도 정권의 성향에 따라 '좌.우'를 넘나들 수 있다. 그러나 균형과 절제가 필요하다. 적절한 견제나 비판없이 맹목적이고 획일적일 때는 독일 나치나 일본의 군국주의처럼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고이즈미는 망각하고 있는 걸까?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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