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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수취인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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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악어'로 데뷔한 이래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 대문', '섬', '실제상황' 등으로 영화계에 주목을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의 여섯번째 작품.

'수취인 불명'은 채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흔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비극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김 감독 작품이 그렇듯 온전한 삶으로부터 거부된, 벼랑끝에 선 사람들의 황폐한 삶은 시종 처연한 슬픔을 맛보게 한다. 절망스러운 삶 속의 분노와 광기, 그리고 결코 구원의 빛이 스며들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은 살을 베어내는 듯한 고통과 아픔으로 다가선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주한 미군 주둔지인 파주에서 오래 살아온 김 감독이 관찰한 삶의 다양한 모습과 전쟁의 상흔이 특유의 짙은 물감으로 묻어 나온다.

70년대 말 기지촌. 마을 입구에 세워진 빨간 버스엔 약간 정신이 나간 '양공주' 창국엄마와 '튀기'인 창국이 살고 있고, 6.25때 다리를 다친 지흠의 아비는 매일 인민군 셋을 죽이고도 훈장하나 받지 못한 팔자를 한탄한다.

한쪽 눈에 백태가 껴 늘 머리를 늘어뜨리고 사는 소녀 은옥은 미군병원에 가면 이 정도 눈쯤 쉽게 고칠 수 있다는 말에 열심히 영어책을 들여다 본다.

창국엄마의 유일한 낙은 창국의 플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편지와 함께 미국에 있는 남편의 주소로 부치는 일. 부치는 족족 '수취인 불명'이라는 스탬프가 찍혀 돌아오고, 미친 짓하지 말라며 아들에게 발길질까지 당하지만 그녀는 고집스레 편지쓰는 일을 계속한다. 혼혈아라는 이유로 막노동조차 할 수 없는 창국은 엄마 애인인 개눈의 농장에서 개잡는 법을 배우지만 그 잔인함에 잘 동화하지 못한다.

혼혈인 창국역을 맡은 양동근의 독특한 캐릭터 연기와 지난 여름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스크린에 첫 데뷔한 지흠역의 김영민과 은옥역의 반민정의 연기도 볼만하다. 6월2일 개봉. 18세 관람가.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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