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엄격 규제속 연구 허용을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6개월의 논의 끝에 지난 18일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은 체세포 복제법을 이용한 인간 개체 복제를 일절 금지했다. 또 불임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인간배아를 만드는 행위도 금지되며, 그러한 방법으로 창출된 인간배아 및 그 간세포에 대한 연구도 할 수 없도록 했다.

인간복제에 관한 논란은 지난 93년 사람의 수정란을 복제하는 배아 복제에서 시작하여 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구체화되었다. 특히 돌리의 탄생은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 하나를 이용하여 완전한 개체를 재생산한 것으로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과학상식을 완전히 뒤바꾸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후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존재하던 인간복제 문제가 현재의 과학기술로도 실현가능하다는 점에서 곧바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였다. 종교계나 일반인들은 인간 복제나 그에 대한 연구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처음 인간복제나 배아세포 연구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대부분의 나라는 그 윤리적 폐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연구자체를 규제하려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갔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 연구와 배아 복제 연구는 상당수 선천성 질환을 포함한 난치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앞으로 이뤄져야 할 간세포 (幹細胞.stem cell) 연구에 체세포 복제 기술과 인간배아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아 복제가 갖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며 이를 이용하여 심장근육이나 골수, 신경세포 등을 재생시켜 이를 직접 환자에 이식할 수 있다. 배아 복제를 통해 얻어지는 배아 간세포는 3~5년내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복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여 인간 개체를 복제하는 것은 금지하되, 기타 의학적 연구는 허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인간배아는 최초 14일 이내만 특정 목적을 위해 실험할 수 있도록 지난 90년에 제정된 법규정에 근거해 규제해 왔다. 하지만 작년 8월 영국정부는 다능성 간세포연구를 위해 90년에 제정된 법률을 연구목적 달성을 위해 완화키로 했다. 순수 연구 목적을 위해 배아를 생성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미국 역시 인간배아로부터 간세포를 추출해 다능성 간세포를 복제하는 것을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14일 이내의 배아 연구는 제한적으로 허용해 왔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체세포 복제에 의한 배아 생성 및 인간배아를 이용한 간세포 연구 전면적 금지는 인간의 존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일지는 모르겠으나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유용하게 쓰일 치료법을 미리 막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배아 간세포를 이용하는 조직배양과 세포이식 치료법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장차 의학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분야로 이러한 분야의 연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면 결국 이 분야의 기술과 치료법은 선진국에 예속될 것이다. 처음 복제양 발표 때와 달리 영국과 미국이 발빠르게 이 분야 연구를 조심스럽게 허용하려는 것도 바로 배아 연구에 거는 기대가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시험관 아기가 탄생했을 때도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윤리 논쟁이 붙었지만 지금은 시험관 아기가 우리 주변에서 보편적으로 시술되고 있다. 인간배아 복제 연구도 단순히 인간성 존중차원으로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불치병을 치료하는 미래 의학의 주축이 될 수 있다는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유용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엄격한 규제 속에서 인간 배아연구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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