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인구 증가세가 둔화됐다. 주민등록 기준으로 매년 연말 인구를 보면, 1994년과 96년 사이 2년 동안은 무려 3만여명이 증가했다. 그 후에도 1997년에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연평균 1만1천400여명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에는 1천975명밖에 늘지 못했고, 올들어서는 4월까지 증가 숫자가 238명에 그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역을 사랑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중학교 들어갈 때는 대구로=그러나 작년 11월 실시된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드러난 경산의 상주 인구는 22만8천223명이었다. 실제 인구보다 주민등록 수가 1만2천여명 적은 것.
이런 현상은 위장 전출 때문으로 판단되고 있다. 경산에 살면서도, 자녀 학군 때문에 주민등록만 대구로 옮겨 놓는다는 것이다. 올해 경우, 신학기 시작을 앞뒀던 지난 2월 말에는 주민등록 인구가 338명이나 되레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지기까지 했다.
1만 가구분 이상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옥산 1·2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애들 대구로 전학시켰어"라는 대화가 자연스레 오가고 있다. 이 일대 초교생들이 고학년이 될수록 감소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장산초교 경우 1학년은 456명이나 6학년은 314명에 불과하다. 서부초교는 더 심해 1학년 422명에 6학년 164명이다.경산여중 정태욱 교장은 "경산의 26개 초교 입학생은 연간 3천여명이나 되지만 졸업하는 것은 2천여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초교생만 주민등록을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까지 옮김으로써, 실제 등록 이탈자는 몇천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주간 활동인구 흡입 실패=잠은 대구에서 자고 경산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 이런 인구도 1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시청과 경찰은 보고 있다. 경산에 있는 11개 대학의 학생만도 12만1천여명 되고, 교수가 2천200명, 교직원이 1천135명에 이르기 때문. 여기다 1천350여개 제조업체에도 2만1천여명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만큼 이들이 경산에 붙박고 살게 될 개연성은 충분할듯 보인다. 그러나 경산에는 생활·소비·문화 등 수요 욕구를 채워 줄 시설이 태부족, 이들은 그런 이유 때문에도 대구로 나간다. 심지어 붙박이 시민들조차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을 찾아 주말에는 대구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결국 시청은 1990년 중반 이후 아파트가 무더기로 건립되는데도 그 입주민들이 바라는 생활시설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함으로써 인구 정착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극복하려는 몸부림들=상당수 시민들은 "자녀 교육 문제만 해결되면 경산만큼 살기 좋은 곳도 드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학·공장 등 종사자들 역시 "교육·문화 여건만 충족되면 굳이 대구까지 멀리 가 살 필요가 있겠느냐? 경산에 살고 싶다"고 했다.
경산시청이라고 이런 걸 모를 리는 없는 일. 1997년엔 '새한'의 경산공장 부지 25만여평에 1조9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호텔·스포츠센터·백화점 등 대규모 유통 단지를 만들겠다는 신시가지 조성 사업을 계획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행이 불투명해진 상태.
교육 문제도 결국엔 우수 고교 육성으로 귀결되는 것이어서, 1999년에 첨단 조건을 갖춘 새한중·고교 설립이 추진됐고, 새한 측은 300억원을 들여 그해 9월 12학급 규모의 중·고교 설립 공사에 착수했었다. 그러나 올해 3월 개교할 예정이던 이 학교 역시 모기업의 워크아웃으로 공정 45% 상태서 완전히 중단돼 버렸다. 시민들의 허탈감만 키웠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반면 경산시청 배상원 행정국장은 "올 연말쯤 사동 택지지구에 2천300여 가구분 아파트가 완공되고, 백천지구에도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인구 증가세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청 최미란 초등장학사도 "학부형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역 중고교의 우수성을 홍보함으로써 최근에는 전출생이 줄고 일부 역전입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이성근 교수는 "중고교 교육력 향상, 교수촌·대학촌 등 조성, 대구 지하철 연장 등 노력이 필수적이고, 그런 뒤에는 10년쯤 후 경산 인구(유동 인구 포함)가 50만명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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