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수 개발장비 등 바닥 관정조차 뚫기 어려워

경북 북부지역 농민들이 관정이나마 뚫어 가뭄을 이기려 하나 이마저 제대로 안돼 발만 구르고 있다. 한쪽에서는 당국의 소홀로 피해가 커졌다며 원망을 터뜨리고 있다.

영주시 장수면 갈산2리 송태선(63) 이장은 "동네에서 관정이라도 뚫어 보려고 개발업체에 신청했으나 바빠 언제 될지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개발업체인 명호개발(봉화) 송동석 대표는 "하나 뚫는데도 이틀이 필요하나 신청자는 하루에도 10여 마을이나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웃돈을 주고라도 먼저 개발하려 애쓰자, 개발 비용이 작년보다 20% 이상 올라 60만∼80만원(전기시설비 제외)에 달하고 있다.

영양군청은 소형관정 6개를 뚫었으나 각 관정은 겨우 1천500~2천평 정도에나 물을 공급할 수 있을 뿐이다. 안동 도산면사무소 한해대책 상황실에는 양수기와 호스 지원을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치듯 걸려 오고 있으나 갖고 있던 양수기 9대와 호스 3천m는 이미 10일 전 모두 대여돼 면직원들은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답답해지자 문경시 영신동 점촌하수처리장 앞 들에서는 처리장에서 나오는 하루 1만여t의 처리수로 하루 5천여평씩의 모내기를 하고 있다. 시청의 신동철 하수담당은 "지난 15일부터 5만여평 논에 물을 대줬다"고 말했다.

가뭄은 농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러 영양읍 현들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인근 삼지못(파대지)이 국도 공사로 매립돼 28ha나 되는 논의 모내기가 불가능해졌다"며 지난 23일 농업기반공사에 진정서를 냈다.

영양군 입암면 방전리 김근호(54)씨 등 농민들은 "농기공이 만든 석보면 화매지 물을 제때 공급하지 않아 방전들 농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항의, 농기공 직원들이 뒤늦게 현장을 확인한 뒤 저수지 물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농민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일은 임하댐 도수로 피해. 하루 26여만t씩 영천댐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뒤 가뭄 피해가 더 심해졌다고 청송지역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안덕면 감은리 길안천 1.3km가 대표적이어서, 농민들은 "이 곳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관계기관에 요구하고 있다.

안동시청은 이런 가뭄에도 불구하고 겨우 며칠 전에야 읍·면의 지원 신청을 수합해 분노를 샀다. 녹전면 사신리 김모(56)씨는 "이미 이달 초부터 지원을 호소했으나 지금까지 미그적거리고만 있다"고 분개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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