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 걱정은 시민들의 몫"

○…극심한 가뭄속에 대구시가 국제행사때마다 신천에 많은 물이 흐르는 것을 연출하기 위해 시민들의 식수원인 가창댐 물을 방류,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가창정수장은 대륙간컵 축구대회 개막식이 열리기 전날인 29일 오후 1시부터 30일 오후 6시까지 29시간 동안 가창댐 물 13만t을 신천에 흘려보냈다.

시간당 4천400t의 방류로 가뭄 때문에 바닥을 드러낸 신천에는 한동안 물이 넘쳐 흘렀다.

가창정수장은 대구월드컵경기장 개장식 전날인 지난 19일에도 7만여t의 물을 신천에 흘려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수성구 상동과 가창면 주민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한방울이라도 아껴야할 식수를 행사용으로 신천에 쏟아버리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비난했다.

용계리에서 농사를 짓는 배모(50)씨는 "행사때마다 물을 방류하는 것을 보고 정수장측에 항의했으나 '통상적인 방류이지 행사와는 무관하다'고 발뺌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수장측은 29일의 방류 사실을 부인하다가 인근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르자 "방류 기록은 없으나 물을 잠깐 내려 보낸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정수장측은 "현재 저수율이 61%에 달해 갈수기때 1번씩 통상적인 방류를 하고 있으며, 상부 지시는 없었고 독자적 판단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구시 관계 공무원은"매년 분기별로 1번씩 주기적인 방류를 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 10만t을 방류한 적이 있다"고 말해 '이번 방류는 댐의 정화와는 관계가 없는 행사용'임을 간접 시인했다.

가창댐 물은 수성구 상동을 비롯 12개동, 20만가구에 상수도로 공급된다.

강병서기자 kbs@imaeil.com

쫛…30일 오후 2시 대구시 동구청앞 잔디광장에는 잔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프링클러 2대가 수돗물을 뿜어 대고 있었다.

이날 동구청은 오전 8시부터 분수대와 스프링클러를 가동했다. 오후 2시쯤 한 시민이 구청에 가동중단을 요구했지만 담당 공무원은 "대륙간컵 기간동안 도시미관을 살리라는 대구시 지시때문에 비가 오지만 가동을 중단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30일 점심시간 직후 수성구청 화장실. 수도꼭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아 물이 배관으로 그대로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양치질을 하러온 일부 공무원들은 컵을 사용하지않고 수돗물을 틀어놓은채 입을 헹구고 있었다.

전국이 물기근 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공공장소, 가정집, 사무실 가릴 것 없이 물 사용이 너무 헤프다.

가정, 사무실에서는 절약형 샤워꼭지나 유량조절기를 단 곳이 드물며, 수세식변기, 세탁기, 주방의 물 사용습관은 후진국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상수도관 노후, 가정집 수도꼭지 및 관 누수 등으로 수돗물 누수율이 12.5%에 달해 외화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하루평균 물사용량이 395ℓ로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미 93년에 UN이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로 분류한 상황에서 극심한 가뭄이 닥쳐야 허둥지둥 물 절약 운동을 펼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평소에 귀중한 자원인 물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도 "국민 1인당 활용가능 물자원량이 1950년 3천247㎥에서 95년 1천472㎥로 줄어 물부족국가로 분류된 상태며, 이같은 물낭비심리가 고쳐지지 않으면 2025년에는 1천258㎥로 떨어져 물기근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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