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健保재정 단기대책

이번 보험재정안정 종합대책은 일견 전력투구의 결과물로 보이나 실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근본적으로 현 보험재정 위기의 뿌리가 '양질의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표방한 과거 정책의 모순된 기조에서부터 가깝게는 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의 무리한 추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고통스러운 현실로 닥쳐온 것이 바로 4조2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적자이고 불과 2개월여 동안의 고뇌만으로 그 높은 벽을 훌쩍 뛰어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지원 50%의 현실성

지역가입자에 대한 정부지원 50%가 달성됐을 경우 보험재정에 추가 투입될 수있는 재원은 대략 1조4천억원으로 올해 예상되는 순적자(3조2천억원)의 44%에 해당된다.

그만큼 정부지원 50% 확대는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원래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정보조를 '국고지원'으로 표현해오다 지난 28일부터 돌연 '정부지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갑작스러운 용어 변경에 정부의 고민이 함축돼 있다.

국고지원은 정부예산의 직접 투입을 의미하는데 비해 정부지원은 정부예산 외에 공공기금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국고지원 50%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올해 추경예산 잔여분(1조5천억원)을 거의 모두 투입해야 하므로 국고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당국이 짜낸 궁여지책이 바로 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현재의 갑당 2원에서 150원 내지 200원으로 최고 100배 인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대안도 보험재정부담을 결국 국민(담배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꼴이라는 명분론에 밀려 백지화됐다.

정부는 국고지원 50% 확대는 보장하되 추경에서는 그 절반인 7천억원 가량만 투입하고 나머지 재원 조성방안은 추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정부의 원칙은 섰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정부는 당초 한시법으로 제정되는 건강보험재정안정특별법에 국고지원 50%를 못박으려 하다가 막판에 철회했다.

◇단기대책 2조5천억원 절감 가능한가

급여지출구조 개선, 약제비 절감, 보험료수입 확대 등 20개 항목의 단기대책들을 통해 연간 2조5천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구상도 전도가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

우선 이같은 규모는 지난 3월 종합대책 검토 당시 복지부가 추계했던 단기대책 재정절감 기대치(1조2천억~1조5천억원)의 2배에 가깝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 이전에 엄청난 행정력 소요와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급여심사의 중심에 서 있는 심사평가원 인력이 일부 보강될 예정이기는 하나 현재 1% 수준인 심사삭감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의.약계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단기대책 재정절감 효과는 크게 ①진료비 심사강화 2천666억원②급여제도 합리화 8천867억원 ③약제비 등 절감 4천236억원 ④본인부담금 조정 4천229억원 ⑤보험료 수입 증대 5천9억원 등 5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2조5천7억원의 63%인 1조5천769억원이 의.약계가 직접적 영향을 받는 ①②③ 항목에 해당된다. 의.약계가 거세게 반발할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영향을 많이 받는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는 대책발표 이전부터 법률적 대응 등을 거론하며 정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

진찰.처방료 통합(3천120억원 절감), 차등수가제(1천644억원 절감) 등은 현행건강보험법에 규정돼 있는 행위별수가계약 제도에 법리적으로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어 의정간의 법정공방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매년 보험료 9% 올릴 수 있나

정부는 국고지원 50%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연평균 9%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오는 2006년이면 보험재정을 완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3년부터 당기 흑자로 돌아서 2006년이면 올해부터 끌어들일 단기차입금까지모두 상환돼 보험재정이 완전 흑자기조에 올라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매년 9% 정도의 보험료 인상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부는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보험재정안정특별법을 통해 보험료와 수가 인상, 보험적용 확대 등을 서로 연계해 결정하는 논의구조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현재의 보험공단 재정운용위(보험료 결정)와 건강보험심의조정위(의료수가 결정)를 통합, 복지부 장관 자문.의결기구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를 신설하고 수가결정 기준과 절차도 특별법에 명시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 새로운 기구에 가입자 대표, 시민단체, 보험자, 정부 등이 모두 참여해 서로 상대적 위치에 있는 보험료와 의료수가, 급여범위 등을 연계 논의함으로써 정부 의지대로 논의방향을 유도한다는 계산인듯 하나 그 전망은 역시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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