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외설과 예술의 경계
'신체가 반응하면 외설, 정신이 반응하면 예술'이라고 하던가. 부부가 함께 찍은 나체사진을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에 개재한 어느 중학교 미술교사는 '이 사진은 성을 상품화하는 것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으며 여러 면에서 포르노물과 다르다'며 자신을 예술가로 보아 달라고 요구했다.
포르노는 포르노그라피의 약어. 그 어원은 '창녀에 관하여 쓰여진 것'에서 비롯되었다. 포르노가 가장 활발하게 제작되었던 시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봉건적이었던 빅토리아왕조. 단순하게 음모(陰毛)를 묘사했다고 하여 포르노로 분류될 만큼 표리가 엄격했던 시기였다. 그 결과 여성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기를 강요받았고 성(性)의 본능으로부터 격리되었다.
'스타가 등장해서 옷을 벗으면 작품, 3류 배우가 성 표현을 하면 포르노' 할리우드 영화감독 필립 노이스의 말이다. '날개 잃은 천사'의 '룰라' 김지현이 출연한 영화 '썸머타임'의 작품의도는 '80년대 억압과 자유라는 극단의 이데올로기를 두 남녀의 파격적인 섹스신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감독은 말한다. 그러나 영화의 주요 컨셉은 남녀 배우가 '공사(주요 신체 부위를 헝겊 등을 이용하여 가리는 것)'를 하지 않고 촬영한 정사신에 있는 듯 하다. 영화 '거짓말'은 선정적 관심을 미디어가 가지도록 유도하여 음란물 여부로 검찰에 기소된 후, 사회적 이슈가 됨으로써 편가름에 성공했다. 하지만 '썸머타임'은 포스터의 선정성 논란은 있었지만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본 필자는 포르노그라피를 표방한 영화답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인정했으나 작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채, 자막으로 스태프 스크롤이 올려지기도 전에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50년대 미국은 외설적 장면이 그려진 영화는 아예 영화관에서 상영을 금지했다. 그리고 18년이 지난 후 비로소 ×××급으로 매겨진 포르노가 성인영화관에서 상영되었고, 지금은 수 백편의 외설영화가 제작되고 성인전용영화관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대중은 결코 아둔하지 않다. 당신의 아내와 같다'라는 말은 아내처럼 현명하고 무서운 대중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뜻. 대중은 아내의 마음으로, 포르노를 내세워 관객 몰이에 나선 영화를 봐주기도 하고 포르노가 예술로 위장한다면 속아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되는 시선 끌기는 용서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포르노, 예술은 예술. 포르노의 순기능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역겨워하는 정서도 보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sdhantk@yahoo.co.kr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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