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광밀집'인도 마나도市 재앙

정국혼란에 따른 유혈충돌과 정부군과 반군간 전투 등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인도네시아 북부 스와웨시주(州) 마나도 시(市)에 또 다른 불행이 덮치고 있다. 근착 타임지는 "금이 함유된 원석에서 금추출을 위해 수은이 사용되면서 마나도 상당 지역 토양이 오염된 것은 물론 강유역의 수중 생태계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기형아 출산에 이어 광부, 제금(製金)업 종사자들의 수은중독 증세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가난에 찌든 마나도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수은중독이 몰고올 엄청난 재앙과 후유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비극의 시작=인도네시아 마나도 제금업소에서 일해온 주부 퍼미 아리뮬라씨는 수은중독의 위험에 노출된 채 고된 노동을 해왔다. 임신한 상태에서 수은을 이용해 금을 추출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그녀는 결국 손가락이 없는 기형아를 출산했고, 아이는 4일만에 숨졌다. 그러나 퍼미씨는 마나도 지역에서 수은중독의 첫 희생자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은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주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광부와 제금업 종사자들 상당수가 근력약화, 시력장애, 호흡곤란 등 수은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 마나도 지역의 원시적인 제금기술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이 수은중독 위험에 노출되고 있으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작업수칙이 없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근무환경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가난의 굴레=금광을 채굴하는 광부들과 제금업체 근로자들은 다른 업체 근로자들보다 두배 가량 많은 50달러(한화 6만4천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은중독증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6개월간 25~30회 가량 실시되는 수은중독 테스트에서 중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 근로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수은중독이 아니라 수은중독으로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이다. 수은중독으로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광부 알프레드 파파이(37)씨는 "가족 부양을 위해 수은중독을 인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가 파고 있는 구덩이가 내 무덤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곤한다"며 슬프게 웃었다.

세계은행은 금광이 밀집한 마나도 타라와안 지역의 수은제거를 위해서는 10억달러(한화 1조3천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비 규모는 인도네시아 국가경제가 도산할 정도의 엄청난 예산이라는 점에서 문제해결이 난망한 실정다.

◇미래의 재앙=미 로스엔젤리스 소재 환경컨설턴트인 댐 앤 무어 사(社)는 마나도 지역에 이미 100~200t 가량의 수은이 토양과 강물에 스며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매월 수 t씩의 수은이 계속 버려지고 있다. 게다가 강유역에 버려진 수은에 중독됐을 위험이 높은 게, 뱀장어 등이 주민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환경단체들도 수은중독의 위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다. 정부의 한 환경담당 고위관리는 "대책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수은중독이 국가적인 위기를 초래할 것이 뻔하지만 문제는 돈이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마나도 주민 40여만명 모두가 이미 수은중독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들중 상당수가 앞으로 수은중독으로 숨져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태어날 신생아에게서 수은중독에 따른 기형아 출산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마나도에서 수은중독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죽음의 시한폭탄'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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