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컴퓨터의 음성인식 부문에서 세계 최첨단 회사로 꼽히던 벨지움의 L&H(Lesnout & Houspie)가 얼마 전 파산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를 창업한 창업자 2명이 구속되었고, 지난 5월 29일에는 파산 당시의 대표이사가 추가로 미국에서 구속되었다. 이들의 죄목은 주가 조작과 거짓 회계처리였다. 특히 이 회사의 거짓 회계처리는 본사가 소재한 벨지움의 브뤼셀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고, 서울에 있는 L&H의 자회사의 회계를 조작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울 자회사에서 회계조작 한 금액은 무려 1억8천만 달러로 있지도 않은 매출을 거짓으로 매출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서 회계처리를 하여 마치 서울 자회사의 사업이 번창하여 앞으로 전세계에서 자기네 음성인식기술에 의한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 같이 조작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가 유의할 것은 이와 같이 유명한 국제적 하이테크 회사의 회계조작이 서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즉 발생하지도 않은 매출을 있는 것처럼 외형을 부풀려 결국은 본사의 회계조작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회계조작의 장소를 한국으로 택하고 있다는 좋은 증거이며, 이제까지 우리 나라에서 회계조작이 얼마나 쉬웠고 또 많이 이루어졌기에 심지어는 다국적 기업들까지 서울의 자회사를 통하여 회계조작을 하다가 대표이사가 구속까지 되고 파산에까지 이르게 되었냐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서 이런 문제들은 기업의 경영개혁의 차원에서 투명성 제고라는 명칭으로 많이 논의되었다. 대표적으로 대우그룹의 경우 문제점이 많이 있었지만 결국은 회계조작으로 집약되어 대우그룹과 같은 부실기업이 회계조작을 통하여 손해본 기업이 이익을 낸 기업으로 둔갑되어 금융거래를 하며 계속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회계조작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으로 이루어져서 이익을 보았다고 회계 보고된 기업이 정밀조사를 하여 보면 몇 조원씩 손해를 본 기업으로 판명되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 경제에서 이러한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는 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개혁은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고, 우리 경제는 자칫하면 지난 번 국제금융위기와 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서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회계의 투명성이 결여된 기업을 그 기업의 실체가 나타나기보다는 허상이 경제 속에서 판을 치기 때문이다. 즉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회사가 회계조작을 통하여 이익을 낸 것처럼 위장하여 은행거래를 하는 경우 금융기관도 조만간 부실화될 것이고, 그 회사의 주식이 거래되는 경우 증권시장에서는 실체보다는 허상이 거래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욱이 이런 회사들이 국제자본시장에서 금융을 조달하는 경우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경제와 기업의 신용도를 낮추어 버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회계조작이 대우 사태 이후 근절되기보다는 관행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는 노력과 조치가 취하여져야겠다. 기업의 회계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하에서는 경제의 기본 구성요소인 기업들이 실체보다는 거짓으로 포장된 허상들이 판을 치게되고, 이는 마치 수수깡으로 지은 집같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요즈음 한창 논의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는 기업이나 회계감사기관들에게 좋은 경고장치가 될 것이다.
또한 회계의 투명성은 단지 회계분야의 개혁만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기업 전체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사권을 가진 최고경영자나 소유주가 회계조작을 은밀히 요구할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설정되어 있어야겠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좁게는 회계문제에서 넓게는 지배구조까지 시급히 개선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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