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의 수능시험 제한 찬반 논란

모의 수능시험 회수.방법 등을 두고 대구시내 고등학교들이 시끄럽다. 올해부터 사설기관 의뢰 시행이 전면 금지되고, 교육청 및 교육과정평가원 주관만 허용키로 했기 때문. 대구 고교생들은 지난 4월엔 부산 교육청이 주관한 시험, 지난달 25일에는 대구 현장장학협의회가 주관한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학부모들은 시험 회수가 적다고 야단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대구 진학지도협의회 박유현 회장(계성고 교감), 전교조 대구지부 이대식 교선국장(와룡고)의 의견을 대비해 보자.

◇박유현 회장=물론 잦은 학력평가 실시 부작용도 있었다. 과열 경쟁 및 한 줄로 세우기식 평가 등을 지양해야 하며, 거부하는 소수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설 기관 시험이라고 해서 대놓고 백안시하는 것은 대안 없는 일이다. 바람직한 교육 책임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독자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현재 입시제도 하에서는 수능 시험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모의고사는 그 수능에 대비하는데 아주 중요한 4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는 실전 연습이다. 모의고사는 실제 수능 시험과 같은 상황에서 치기 때문에 실전 연습을 쌓게 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는 전국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진학 목표 설정 및 준비를 가능케 한다. 자신의 위치를 모르고 공부하는 학생은 목표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으며, 학생들의 현재 수준을 모르고 지도하는 교사 또한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선장과 다르지 않다.

셋째는 교사들에게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교과 담당 교사들은 교수.학습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진단할 자료를 필요로 하고, 교장.교감.학교 관리자들에겐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수준 및 교육발전 계획 수립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전국 단위의 학력평가 외에는 그런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

넷째는 오히려 사교육비를 절감시켜 주는 점이다. 규제만 하면 학생들은 학교 밖 사설기관(학원)에서 더 많은 비용을 주고 학력을 평가받게 된다. 교내 실시 때는 6천원을 내면 되지만 학원 등에서는 1만원 이상 받는다.

모의고사를 사설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학교별 혹은 몇몇 학교 연합성 학력평가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출제.검토.편집.인쇄.채점.평가까지 지금보다 몇 배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또 전국 단위 시험이 아니면 의미있는 정보를 얻어 내기 어렵다. 학력평가 취지에도 맞지 않다. 지난 3월 서울 등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학력평가 결과에 대해 "활용할만한 평가 결과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학생.학부모.교사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최근들어 일부 교육청.교장회.진학교사협의회 주관의 학력평가가 실시되고 있는데 대해 말이 있지만, 이는 현직 교사들의 출제 능력 향상, 효율성.경제성 등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어서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대식 국장=내년도 대학 입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입시 지도 역시 당연히 여기에 대비하고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대구지역 입시 지도는 변화된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수시모집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던 2000년도 교장추천제 입학에서 대구지역은 참패했다. 불합격률이 2배나 높았다. 모의고사를 전국에서도 가장 많이 치고, 자율.보충학습까지 가장 많이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결국 지역 입시지도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 사례이다.

이같이 잘못된 입시 지도의 연장 선상에 사설 모의고사 문제가 있다. 내년도 대입에선 대부분 대학이 전과목 수능 점수를 일률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학과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의 응시가 집중되는 수시모집엔 수능 성적이 필요 없거나(5월), 수능 등급 안에만 들면(9월) 된다. 수능 성적의 비중이 미미해졌거나 현격히 낮아진 반면 내신 비중은 훨씬 높아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재학생들은 내신 성적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며, 3학년의 경우에도 1학기에는 모의고사보다는 수시모집의 심층면접.논술에 집중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모의고사가 꼭 필요하다면 교육부 주관의 학력평가, 거의 매달 실시되는 교육청 연합 고사 등에 선택적으로 응하게 하면 될 것이다.

올해 교육청 예산에 중등학력 증진용으로 25억원이 책정돼 있고, 학교 역시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예산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지난 3월 전국 40만명이 참가하는 모의고사(서울교육청 주관)에는 참가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이 돈을 내야 하는 사설 모의고사만 계속 치게 하려 든다.

뿐만 아니라, 4월30일(6개 교육청 연합 모의고사), 6월(교육부 주관 학력평가) 등 학생 부담이 없는 평가가 줄지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지난달 25일 교장협의회 주관으로 별 실효성도 없는 대구지역만의 사설 모의고사를 강행했다. 8일에도 또다른 불법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지역의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된 입시제도에 맞는 진학지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모의고사는 실시 하더라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교육청과 학교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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