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조(39·회사원·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짐을 꾸린다. 아이들 등쌀에 못이겨서 이기도 하지만 마땅히 나들이 갈 곳이 없을 때면 인근 계명대 성서 캠퍼스로 향한다. 준비물이래야 김밥과 간식거리, 앉을 자리 등이 고작이다. 마음먹고 제법 먼 여행을 떠날때도 있지만 보통 휴일엔 대학 캠퍼스를 찾아 한주의 고단함을 푼다. 아버지는 낮잠 자고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놀고…. 차도 안 다녀 안전사고 위험도 없음은 물론이다.
최경석(43·회사원·경산시 하양읍)씨도 대구가톨릭대를 자주 찾는 애용파. 휴일은 물론 아침, 저녁으로 틈만 나면 자녀들과 산책을 나간다. "공원같은 캠퍼스를 걷다보면 부족한 운동도 되고 머리도 식힐 수 있어 그만"이라며 "요즘 날씨가 더워지면서 캠퍼스를 찾는 이웃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귀띔한다.
'야외학습장이 따로 있나요. 주말 나들이는 대학 캠퍼스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다 회색빛 아파트 숲이 늘면서 여름이 길게만 느껴지는 도시 대구. 그러나 대구와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낯설고 깔끔한 풍경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않다. 가까이 두고 있으면 오히려 찾아 보기가 쉽지 않은 법이어서일까.
적당한 크기의 숲과 넉넉한 잔디밭이 잘 정돈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원들, 거기다 건물들이 운치를 더하는 대구 인근 대학 캠퍼스는 바로 '도시속 녹지공원'. 답답한 도시에 한줄기 청량제 역할을 할 뿐더러 어른들에겐 마음 편한 쉼터로,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터로 하루 나들이에 부족함이 없다. 더욱이 최근 각 대학마다 역사·문화체험 등 방문객들의 편의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어 캠퍼스 나들이 발길을 가볍게 해준다. 체육관, 박물관 등 일부 시설 이용은 사전에 문의를 거쳐야 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계명대(성서캠퍼스)
붉은 벽돌 건물마다 담쟁이 덩굴이 유난스럽다. 대명동 캠퍼스가 서양풍이라면 성서캠퍼스는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고루 배어 있다. 계절마다 새로운 꽃들이 옷을 갈아 입는 예쁜 캠퍼스는 쭉쭉 뻗어 오른 나무가 시원스런 메타세콰이어 거리, 왕궁을 연상 시키는 채플관, 이오니아식 웅장함이 돋보이는 정문 등 볼거리도 많다. 가정대학 앞 장독에선 조상들의 내음을 느껴볼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무대로 곧잘 등장하는 계명대 캠퍼스는 10일 SBS 주말드라마 '장미빛 인생'촬영으로 또 한번 북적거릴 듯. 나들이객들은 노천강당앞 잔디밭, 동산도서관 오른편 솔밭, 체육대학 앞 잔디밭을 많이 찾는다. 휴일 주차료 1천원. 053)580-6031.
▨대구가톨릭대
정문 입구에서부터 은행나무 가로수가 열지어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성모상·음대 앞 등 교내 곳곳에 잔디광장을 조성, 휴식과 명상의 공간으로 푸른빛을 뽐낸다. 미대 앞 야외전시장에는 학생들이 제작한 조형물이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약대부속 약초원과 응용과학부 온실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법정대 앞 전나무 숲과 박물관 야외전시관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본관 뒤편 야산에 위치한 팔각정은 교내에서 가장 조용한 곳.
경상대에서 시작되는 장군·무학산 등산로는 정문에서 어림잡아 4∼8㎞ 정도. 인근 주민들에겐 1시간 거리의 산책길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주차료 없음. 053)850-3881.
▨대구대
솔밭 사이 잔디밭 어디라도 좋다. 경산 및 인근 주민들에게 사랑방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어 휴일이면 학생수와 나들이객수가 비슷할 정도. 사회교육원 아래 잔디밭과 도서관 옆 쉼터에는 가족단위·단체소풍객들로 북적인다. 대구대는 자연친화적 학습 및 체험이벤트가 가능한 테마형 소공원도 조성중이다. 학교앞 문천지는 주말이면 각종 수상 스포츠 무대가 된다. 주차료 없음. 053)850-5311.
▨경북대
도심속에 위치한 터라 각종 공연과 행사가 이어져 자연스레 학교로 발길이 모아진다. 학생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한 일청담 연못은 분수대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꽃시계·야외박물관 주변도 꾸준히 사랑받는 곳. 공대 건물 사이에 숨어있는 지도못은 비록 규모는 작으나 그윽한 수련이 자태를 자랑한다. 휴일엔 주차료 1천원. 053)950-6071.
▨영남대
본관 남쪽 약 3만평 규모의 민속원이 눈길을 끈다. 까치구멍집과 의인정사가 민가와 양반가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준다. 안동댐 수몰지구에서 옮겨와 복원한 것으로 까치구멍집은 200~300년전 서민가옥. 의인정사는 45칸 목조 기와집으로 전형적인 양반가옥 양식을 알 수 있다. 생활과학대 앞 거울못은 분수대의 물줄기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교내 학생주차장은 무료. 053)810-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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