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봉성·명호면 일대에서는 낙동강 물을 사서 논에 갖다 붓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단계 양수나 관정으로도 물이 모자라 모판과 논이 갈라 터지기 때문.
물을 실어다 주는 사람은 장우덕(29)씨. 인천에서 공사장 등에 급수차를 운행하는 그는 고교 동기생(29)의 SOS를 받고 지난달 26일 물 16t을 실을 수 있는 급수차를 몰고 달려 왔다.
이 급수차로 모내기를 해 내는 모습을 본 농민들은 하나 둘씩 "모판에 물이라도 적셔 달라"고 장씨에게 간곡히 매달리기 시작했다. 공급이 달리자 장씨는 인천에서 함께 일하는 숙부(48)까지 불러 와 지난 5일부터는 2대가 운행 중이다.
물 16t을 실어다 주는 대가는 5만원. 거리가 멀면 5천원을 더 받는다. 급수차들은 근처 하눌저수지에서 물을 길러 나르다가 이달 초부터는 명호면의 낙동강에서 물을 떠 오고 있다. 수분이 조금 있는 논이라면 300평당 2, 3대 분량을 갖다 부으면 효력이 있다고 농민들은 말했다. 차 운행에는 취수에 20분, 운반에 1시간30분 걸려, 대당 하루 12∼15회 정도 운행하고 있다.
봉성면 봉양2리 박종희(47)씨는 "10대분을 사 논에 부었다"며, "도시인들은 생수를 사 마시지만 농민은 벼 포기가 마실 물을 돈 주고 사고 있다"고 했다. 명호면 고감1리 김상철(53) 이장은 "관정을 뚫어보고 양수작업도 해봤으나 물이 달려 모내기를 제때 할 수 없었다"며, "물을 사야 하니 올해는 농사 지어봤자 손해만 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물을 운반하는 장씨는 "경비가 드니 돈을 안받을 수는 없지만, 그러는 농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물을 사다 붓는 사람이 늘자 농민들은 면사무소에 비용 일부 부담을 요청, 면사무소에서도 한대분 당 2만원씩을 보조하고 있다. 굴착기 한 대 동원에 하루 25만원이나 드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값이 아니라는 계산 때문. 그러나 돈 부담 때문에 보조 건수에는 한계를 두기로 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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