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통상회의 전망

12일 시작되는 한·미 통상현안 정례 점검회의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양국은 12, 13일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자동차 양해각서(MOU) 이행 점검 회의를 열어 MOU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14일에는 지적재산권, 철강, 의약품 등 통상현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최근 수입철강에 대한 201조(긴급수입제한) 조사개시와 담배 관세인하 요구에서 노골화된 부시 통상팀의 강성기조로 볼 때 미국측이 '까탈스런' 태도로 나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올해초 발표된 NTE(국별무역장벽) 보고서는 미국이 당장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하게 하지만 양자 협상테이블에 앉은 이상 단순히 '점검'차원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높다.

◇자동차=한·미 자동차협상은 이번 회의의 하일라이트다. 98년 10월 체결된 MOU(양해각서)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정례회의로 12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매년 되풀이되는 주제이지만 관세인하, 세제완화, 소비자 인식개선, 표준·인증문제가 새롭게 조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측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측이 교역불균형을 내세워 어떤 압박카드를 들고 나올지 경계를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3월 기업인과의 오찬때 외제차 구입을 권유하고 △국세청이 3월말 외제차 구입이 세무조사 대상이 원인이 되지 않음을 재천명했으며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밴을 공항택시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국세청장 등 고위직 공무원이 상징적 차원에서 수입차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입차 타이어는 이미 품질경영촉진법 등 관련법령 개정을 통해 안전검사 대상에서 안전검정대상으로 규제를 완화시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그밖에 △자가인증제·저당권 도입 △ 미니밴 승용차 재분류 △범퍼기준 △가속주행소음 기준 △자동문 제어장치 등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반도체=하이닉스반도체의 회사채 신속인수 문제가 쟁점이다. 미국측은 5월말 산업은행 회사채 신속인수 물량의 53%가 하이닉스반도체에 집중됨으로써 WTO가 규정한 보조금 지급 규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사가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있다. 미국은 철강 201조 조사개시와 같이 돌발적으로 WTO 분쟁해결 절차나 상계관세 조사개시 등의 가시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가 국내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취해진 조치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3월 로버트 졸릭 미국 USTR 대표가 '경고성' 발언에 그친데다 분쟁해결 절차의 경우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단순히 압박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철강·지재권=철강분쟁은 지난 5일 미국이 201조 조사개시를 결정하면서 이미 갈등이 표면화된 상태다. 정부는 미국업계의 이해만을 대변한 '정치적 접근'이라고 지적하고 EU·일본과 공동대응할 방침이지만 이번 양자협상을 통해 국내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상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지난4월 USTR이 스페셜 301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지재권 분야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유지하면서 여전히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미국측은 단속의 투명성과 저작권 소급보호, 의약품 정부제출자료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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