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심공원 무법천지

때이른 더위로 밤시간에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느는 가운데 대구 주요공원들이 '무법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불법 주·정차가 난무하는가 하면 시민의식 실종으로 공원 전체가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공원 경우 음주, 흡연 등 청소년들의 탈선장소가 되고 있다.

∇ 청소년 탈선=9일 오후 9시쯤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공원. 도로에서 훤히 보이는 농구장과 롤러스케이트장은 청소년들로 가득차 활기에 넘쳐 보였다.그러나 공원길을 따라 조금만 공원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공원내 중앙도서관 부근에서는 교복을 입은 남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이동식 벤치를 끌어모아 술판을 벌였다. 또 다른 학생들은 술에 취해 인근 잔디밭에 큰대자로 뻗어 있었다.

술에 만취돼 미처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여기저기에다 구토를 하는 여학생들. 서로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하는 남학생 등 공원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한편 공원 관리사무소 앞에서는 남녀 중·고등생들의 미팅이 한창이었다. 청소년들이 많이 몰리는 국채보상공원은 청소년들의 미팅장소로 인기를 끌고있다.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책가방에서 술과 담배를 꺼내놓은 이모(15)양은 "컴퓨터 채팅을 통해 경기도에서 온 '오빠'들과 만나게 됐다"며 "오빠들을 위해 술과담배를 가방에 넣어 왔다"고 털어놨다.

국채보상공원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 급증하자 삼덕파출소는 인근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청소년들에 대한 담배판매행위를 집중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양처럼 아예 다른 곳에서 술과 담배를 준비해 오는 청소년들이 많아 경찰의 단속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

파출소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저녁쯤 공원에 들어와 밤새도록 술을 마신 뒤 아침에 공원을 나서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청소년 경우 술 때문에 정신을 잃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 불법주·정차=9일 밤 11시쯤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성당못 부근. 두류수영장에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이르는 길에 차량 200여대가 불법주·정차를 하고 있었다. 두류공원에 마련된 무료주차장은 모두 1천522대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주차장이 우방타워 부근에 몰려 있어 이곳 주차장의 주차면적은 139대에 불과하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성당못 주위에는 시민들이 많이 몰리는데도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불법주·정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성당못 주변의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방타워랜드 주변의 주차장을 이용해주기바란다"고 말했다

▽ 쓰레기 불법투기=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쓰레기 불법투기도 심각하다. 성당못 주변엔 재활용쓰레기 수거함(1개), 일반쓰레기 수거함(2개)으로 구성된 쓰레기 분리수거장소가 7곳에 이른다. 또 쓰레기 안내 표지판에는 공원 환경보호를 위해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도록 적혀져 있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는 커녕 일반 비닐봉지를 사용, 쓰레기 수거함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수박 등 각종 과일껍질, 먹다만과자봉지, 깨진 술병 등이 신문지에 대충 싸여 공원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다. 게다가 성당못 풀숲 여기저기에서는 술을 먹고도 뒷정리를 전혀 하지 않아 공원을 찾아온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밖에도 "고" "아이쿠" 등 각종 괴성을 질러대며 화투를 치는 50대 아저씨들,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은채 좁은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등 두류공원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공원 관계자는 "청소용역업체 종업원들이 일하지 않는 밤 11시 이후 쓰레기 불법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순찰차를 운행하고 안내방송까지하면서 공원이용자들에게 시민의식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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