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지에 단비 같은 이야기
방송프로그램 비평에 있어서 칭찬도 좋은 비평의 한 방법이다. 흥미위주의 오락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만 시청률게임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작현실에서, '유익성'을 앞세운 프로그램이 있다면 치켜세워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송발전에 활력소가 된다.
칭찬하여 널리 알리고픈 프로그램, 다름아닌 KBS 2TV 오후 8시 45분에 날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지는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다. 5분짜리 짧은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순간은 삶에 찌들어 아등바등 대는 시청자들에게 가슴 한 켠에 품고 있던 정겨운 기억들을 잠시 들춰내게 한다.
일곱살난 아들이 아빠에게 따뜻한 라면을 주기 위해 이불 속에 컵라면을 넣어 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 4월30일 첫 방영된 후 생활 속에서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정감 넘치는 25편의 얘기들을 다루었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류의 '작은 이야기'들을 소재로 삼아 때론 파스텔톤으로, 때론 수채화느낌으로 그려진 투박하고 수수한 만화와 더불어 이금희 아나운서의 정겨운 내레이션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지난 주 현충일에 방영된 '두 친구'는 코끝이 찡한 우정을 느끼게 했다. 한 마을에서 자라 월남전조차 함께 참전한 죽마고우. 총탄을 뚫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총에 맞은 친구를 업고 나온 또 다른 친구. 목숨을 걸고 들어가 죽은 친구를 업고 온 병사에게 소대장이 무모한 행동이라고 꾸중하자 울먹이면서 "소대장님, 친구가 말하더군요. 올 줄 알았어"라고.
KBS 시청자게시판에는 1천200여 건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모두 '감동'뿐이다. 초등학교에서 아침 훈화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본 후 소감을 나눈다는 어느 교사의 글과 '메마른 세상에 단비를 뿌려주는 이야기'라는 의견은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충분히 읽게 한다.
아쉬운 것은 시청시간이 가족시청시간대라 해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마음먹고 채널을 돌려놓아야만 볼 수 있지, 잠시 한눈 팔면 지나가버리는 5분. 1TV의 9시뉴스 시작전 5분을 할애해 편성해준다면, 많은 시청자들에게 5분이 50분의 행복으로 남을 터인데.
미디어모니터회 유순희 soon6 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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