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테두리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심장과 호흡활동이 중단된 상태로 규정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이런 전통적인 견해 대신에 죽음은 회복이 불가능한 뇌기능의 중단 상태로 재정의되었다. 이러한 논란은 과연 인간이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태도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첫번째 제시문에서 플라톤은 죽음이란 단지 영혼이 육체로부터 떠나는 것이라는 초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인간이 '선의 이데아', 즉 '하데스(死後世界)'에 도달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순수한 세계로 회귀하는 것이라 했다. 그것은 곧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죽음을 향해 이성적인 삶을 통해서 끊임없이 지혜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다시 말해 플라톤은 순수한 영혼이 육체의 쇠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 죽음이므로 현재의 삶보다 한 차원 높은 사후세계의 삶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자고 한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사후세계에 대한 무한의 두려움을 이상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정신적 승화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어떠한 확언도 할 수 없는 사후세계를 절대적인 '지향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환상을 가지게 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또한 육체의 존재를 경시하고 죽음을 통한 정신 세계의 연장만을 찬양한 태도는 맹목적이기도 하다.
노자는 무위자연을 주창한 대표주자였고, 인간은 대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고 죽는 자연적인 존재라 주장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진일은 사람들이 노자의 죽음을 슬퍼하고 곡을 하는 행위를 두고, 노자가 살아 있을 때 주위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을 애도하도록 은연중에 표출한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이것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 자연의 순리이며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죽음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자가 아내의 죽음을 두고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행위 또한 이와 같은 입장이다. 두 인물은 공통적으로 인간을 자연 속에 공존하는 생명체로 여기고 인간이 죽음과 동시에 형체도 사라져서 결국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한 인간이 태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따라서 인간의 죽음을 단순히 '생물학적 죽음'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이성과 감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기존 관습과 도덕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지문에서는 신에게 원망을 되돌림으로써 사랑하는 혈육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 상황에서는 돌발사고에 희생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충격을 종교에 의탁하여 치유받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역사가 시작한 이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이런 형태로 무형의 신앙을 가지고 심리적 안정을 추구해 왔다. 이 지문 속의 화자는 죽음이 현실 세계로부터 완벽하게 정신적, 육체적 단절을 초래한다고 인식하고 절망한다. 그것은 신에 대한 극도의 분노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런 대안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들에게 현실적으로 아무런 해결방안도 제시해 주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태도를 살펴보았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듯이 죽음이란 정신적 활동의 치명적 손상(뇌사)이나 육체적 활동의 중단 상태(호흡 중단)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죽음이라고 규명할 것인가를 놓고 이 두 문제를 양극화하여 갈등하는 것은 곧 한계에 부딪친다. 현실 속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존재임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개개인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완성시켜 나가는 태도, 그것이 바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김소연 (남산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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