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의 복장부터 색다르다. 양복을 벗어 던지고 빨강·파랑색이 섞인 쫄바지 차림의 스타킹에 헬멧과 선글라스를 쓴다. 라이딩(riding)복장 채비를 끝낸 최재기(55·대구 수성구 파동)씨는 집을 나서기 전 스파이크가 달린 신발을 한번 더 조여 맨다. 집밖을 나설때마다 따갑게 느껴지던 남들의 시선. 그러나 이를 의식하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한주의 고단함이 벌써 날아간 듯 콧노래마저 나온다. 매주 빠지지 않고 나서는 길이지만 기분은 항상 새롭다. 페달에 발을 얹고 달릴수록 느껴지는 상쾌함, 더욱이 힘에 부칠듯한 거친 산 정상을 동료들과 함께 올랐을 때 나눌 짜릿함을 생각하면 힘이 새로 솟는다.
최씨는 바로 산악자전거(MTB:Mountain bike)마니아. 20여년 넘게 MTB를 즐기며 국토종단 등 각종 대회에도 숱하게 참가한 베테랑이다. 평탄한 일반도로도 좋지만 바퀴가 탕탕 튀는'무공해 산길'을 달리고 점프하며 거기다 급회전까지 할 수 있는 묘미때문에 MTB에 푹 빠지게 됐다고 말한다. 최씨는 "숨이 헉헉거릴 정도로 험한 길을 격렬하게 오르고 나면 온몸에 비를 맞은 듯 흐르는 땀과 함께 일상의 피로도 단숨에 날아가 버린다"고 MTB 자랑을 늘어 놓는다.
지난 9일 오후 수성구민운동장 범어동 뒷산. 이날 일기예보로는 낮 최고 31℃. 폭염쯤이야 아랑곳 없다는 듯 한 무리의 알록달록한 자전거 행렬이 오르막 산길을 일렬로 오른다. 비교적 평탄한 편에 속한다는 이날 산길은 그래도 자전거로 오르기엔 경사가 급한데다 길바닥마저 울퉁불퉁하다. "덜컹덜컹…". 바퀴는 연신 좌우로 쏠린다. 산길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가쁜 숨은 턱밑까지 차오르고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나무그늘 벤치에서 쉬고 있던 등산객들이 처음보는 듯 의아한 눈길을 보낸다.
이들은 바로 산악자전거 동호회 미래MTB 회원들. 회원 모두가 50세 이상으로 20∼30년 이상 자전거를 즐겨온 노장들과 초보수준을 갓 벗어난 회원까지 실력이 다양한 모임이다. 산 하나정도는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노장들은 실제로 자동차는 없어도 불편을 모르지만 자전거 없는 일상은 생각해 본적 없다고 입을 모은다.은빛MTB 회장이기도 한 유현주(52·대구 수성구 만촌1동)씨는 "서울에 사는 아들의 취직 선물로 MTB 한대를 보내줬더니 이를 본 한 부서 직원들이 모두 동호인이 됐다"며 자신도 "수영·볼링 등 여러 운동을 해봤으나 군살빼기, 허리강화는 물론 폐활량 증대에 MTB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며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유한다.
그러나 MTB는 항상 위험이 뒤따르는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에 최소한 2∼3명씩 그룹을 지어 즐겨야 한다. 특히 초보자들이 노폭이 좁고 험한 산악코스를 택하는 것은 금물. 대신 노폭이 넓고 길이 잘 닦여진 산림도로나 시골길을 택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MTB동호인들은 현재 전국적으로 5천여명, 대구·경북지역은 3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혼자 즐기기보다는 동호회에 가입, 장비와 기술 등을 함께 배우는게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투어링 장소로는 단산지 못을 끼고 있는 대구 봉무동 레포츠공원이 최적의 코스. 큰 경사가 없는데다 3㎞의 자연코스가 단조롭지 않아 초급자도 1시간 정도면 MTB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이밖에 팔공산 가산주차장∼동명쪽 등산로, 한티재 휴게소∼공군기지 임도, 칠곡 델타클럽 뒷산, 달성군 가창 헐티재, 경산시 상대온천 뒷산 임도 등에서 동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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