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이퍼텍스트 국내 첫 문학박사 류현주씨

지방대 영문학 강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권위의 하이퍼텍스트(hypertext)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돼 이 분야의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8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하이퍼텍스트 21' 국제회의에 앞서 실시된 하이퍼텍스트 관련 영어논문 온라인 공모에 당선된 류현주(경북대 강사)씨는 '우물안의 개구리' 처지인 우리 하이퍼텍스트문학의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논문을 국제적으로 평가받고 싶었던 평소의 소망을 끝내 이뤄냈다.

1987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학회와 학술지는 전 세계 학자들을 상대로 하는 학회이고 논문공모인 만큼, 하이퍼텍스트의 저명인사를 직접 만나고 권위있는 이론가들에게 자신의 논문을 심사받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게재된 논문의 제목은 'IS EOS the Dawn of Hypertext Literature in Korea?'. '언어의 새벽으로 한국 하이퍼 문학의 날은 밝았는가'란 뜻으로 우리나라 하이퍼텍스트와 문학프로젝트를 분석하고 하이퍼문학 담론의 문제점을 살펴본 내용이다. '이오스'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으로 우리나라에 새로운 형태의 전자문학이 태동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붙인 용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국제학술논문 발표가 SCI 등 자연과학 분야에 집중된 반면, 인문학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논문발표의 장을 찾고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지향하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점에서도 류씨의 이번 논문게재는 큰 의미를 가진다.

"하이퍼텍스트란 쉽게 말해 '인터넷 글쓰기 또는 그러한 환경'을 뜻한다"는 류씨는 "책이 페이지를 넘겨가며 정해진 결말로 간다면, 하이퍼텍스트문학은 언제 어디서든 클릭을 해서 이야기 구조와 결말을 선택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류씨는 우리나라 첫 하이퍼텍스트 문학박사(본보 2000년 3월 6일 보도)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의 '하이퍼텍스트문학'(김영사)이란 저서를 출간했고, '용의 궁전'이란 하이퍼텍스트 소설을 영문으로 쓰기도 했다.

영어와 문학·컴퓨터에 대한 전문지식을 두루 갖추고 '21세기'란 '급류'에서 래프팅을 즐기고 있는 류씨의 온라인 직업명은 e-랜서, 오피스직업은 영어강사로 통·번역일도 하고 있다.

류씨는 하이퍼텍스트 분야의 국내 선구자답게 눈에 띄는 안타까운 것들도 많다. "1990년 중반이후 부터 우리나라의 문학담론은 '사이버문학·컴퓨터문학·21C문학·디지털문학·인터넷문학…' 등 용어만 다를뿐 그 '현황과 전망'에 대한 논의가 반복돼 왔습니다. 그러나 현황이고 전망이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류씨는 앞으로 하이퍼텍스트 연구자료 발표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다. 온라인을 통해 해외로 시야를 넓히고 오프라인상의 저술활동도 계속하며 명실상부한 하이퍼텍스트 전문가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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