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온겨례를 충격과 감동속으로 몰아넣었던 남북 정상의 6·15 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 상봉, 서신교환으로 들떴던 1천만 이산가족들은 지금 '잿빛 절망'에 빠져 있다.
서울과 평양에서 꿈에도 보고 싶던 피붙이들과 재회의 감격을 누렸던 사람들은 겨우 1년이 흐른 현재 '상봉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서신을 통해 생존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은 애타는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기대감에 부풀어 상봉신청을 한 이산가족들 역시 실망만 더 커져 있을 뿐이다.
지난해 8·15 이산가족 방문단으로 평양에 가 50여년만에 아내와 자식들을 만나고 돌아왔던 김창환(8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할아버지. 평양 고려호텔에서 북녘 가족들과 함께 찍은 단 1장의 사진을 남몰래 꺼내보며 그리움을 삭이고 있다.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의 아픔이 더 컸다는 김 할아버지는 최근 남북한간 왕래가 끊기다시피하자 북한 가족과의 재회 기대감을 접고 고향소식을 잊으려 애쓰고 있다. 그는 그런 아픔때문에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기피하고 있다. 동네 주민들은 "김 할아버지가 신앙의 힘을 빌어서나마 북한에 두고온 가족들을 잊으려 애쓰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상봉을 학수고대하던 조금례(71·대구시 서구 내당동) 할머니도 그런 꿈을 접었다. 매일 신문이나 TV를 보며 혹시나 다시 있을지 모를 이산가족상봉이나 남북서신교환 소식에 귀를 기울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에 차 있다. 조 할머니는 "한 두달 더 기다리면 남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더니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다"며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편지만이라도 자주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통일부에 따르면 14일 현재 이산가족 상봉신청자는 11만6천여명. 이북5도 대구사무소에도 지금까지 700여명이 상봉신청을 했다. 평남 순안이 고향인 한응수(72) 소장은 "1·4후퇴때 헤어진 어머니와 남동생을 만나기 위해 상봉신청을 했는데 생사여부마저 확인이 안돼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한소장은 "올들어서는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한간 왕래가 거의 끊겨 안타깝다"며 "신청자 중 마냥 기다릴 수 없는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30%나 되는 만큼 하루빨리 이산가족 상봉 및 서신교환이 다시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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