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악랄한 사채범들에게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속을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무법천지. 지난달 26일부터 근절 100일 작전에 들어간 경북경찰의 분석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 알아보자.
◇생명포기.인신매매 협박=청도의 한 사채업자는 4명에게 2천800만원을 빌려 주는 대신 못갚을 경우에 대비해 생명포기 각서를 쓰게 하고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등 협박해 3천664만원을 뺏은 혐의로 붙잡혔다.
경주 사채업자는 200만원을 빌려주면서 "기간 내 못 갚으면 유흥업소에 팔아 넘겨도 좋다"는 각서를 받았다.
포항의 한 사채업자는 월10~15%, 하루 연체료 10%, 선이자 10% 공제 조건으로 2천300만원을 빌려 준 뒤 제때 못받았다며 "결혼을 앞둔 딸을 팔아 버리겠다"고 위협해 공증 증서까지 강제로 작성시켰다.
경주 폭력배는 10대 소녀 2명을 야산으로 끌고 가 손목을 밧줄로 묶고 입에 테이프를 붙인 뒤 알몸으로 만들어 구덩이에 가슴까지 파묻으며 생매장하겠다고 위협, 차용증서를 강제로 받아 냈다.
문경 사채업자는 겨우 10만원을 빌려 준 뒤 "물에 빠뜨려 죽이겠다"거나 가족들을 협박, 140만원이나 뺏고도 갈빗뼈를 부러뜨리는 등 상해를 입혔다. '투자개발'이라는 간판을 건 구미 업자는 10일 빌리는데 이자를 10%씩 받기로 하고 300만원을 빌려 줬다가 못받자 "자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붙잡혔다.
다방 여종업원이 50만원을 빌려간 뒤 50%의 이자를 갚지 않는다며 성폭행한 경우도 있었다.
◇자녀.친척 위협=경주 업자는 200만원을 빌려 간 사람이 제때 갚지 않는다며 욕하는 대자보를 써 차용자의 자녀가 다니는 고교 정문 등에 붙이는 수법으로 협박하다 붙잡혔다.
구미에서는 보증인을 위협하다 붙잡힌 경우도 있고, 경주 한 업자 역시 200만원 빚보증 선 여자(56)를 폭행.협박해 230만원을 받아 냈다가 검거됐다.
폭행 정도는 예사. 사채업자 이모(33.인천)씨 등은 월 10% 이자로 5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며 문경 강모(43)씨를 납치한 뒤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인천으로 붙잡아 가다 경찰 검문에서 적발됐다.
◇교묘한 골병 들이기=대구의 한 사채업자는 한달 선이자로 130만원을 떼고 700만원을 빌려갔던 사람이 제때 갚으려 하자 거부, 빚을 키워 받으려다 붙잡혔다.
돈을 계속 더 대줘 골병 들이는 경우도 있다. 성주의 한 사채 업자는 박모(52)씨에게 한달 선이자로 30만원을 떼고 100만원 빚을 놨다가 제때 못받게 되자 또다시 선이자 60만원을 더 뗀 뒤 100만원 빚을 새로 놨다. 이 업자는 박씨와 한 마을에 사는 유모(42)씨에게도 그렇게 한 뒤 갚지 못하자 승합차를 빼앗았다. 이 수법은 이들 사이에서 '새끼치기'로 불린다.
◇무턱댄 광고 조심=박모(25.구미).천모(28.대구)씨는 생활광고지에 난 '카드 대납'이란 광고를 보고 지난 2월 찾아 왔던 박모(여.22)씨에게 300만원을 준 뒤 이자로 1천500만원의 차용증을 쓰도록 강요하다 붙잡혔다.
포항 이모(39)씨 등은 생활정보지를 보고 찾아온 박모(여.39)씨에게 4천만원을 빌려 준 뒤 1천만원을 받고도 7천만원의 차용증을 쓰도록 했다. 폭력이 동반됐음은 물론.
구미 사채업자 진모(46)씨는 광고를 보고 찾아 온 서모(38) 주부에게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속인 뒤 1천300만원을 빼앗고 6차례 성폭행한 뒤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1천520만원을 뜯었다.
경북에서는 위와 같은 갈취.폭력 혐의로 지난 15일까지 총 177명이 붙잡혀 82명이 구속됐다. 사채폭력이 65명으로 가장 많았고, 약자상대 갈취가 50명, 여성 상대 갈취가 33명, 영세주점상대 돈 뜯기가 25명 순이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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