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즈니'제국 민주주의 위협

우리 아이들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교사나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솔직히 영화제작자 광고주 연예인 등 대중문화 종사자가 아이들의 진정한 스승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중 전세계 아이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디즈니'라는 문화제국(文化帝國)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과연 그들은 만화영화와 캐릭터상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가족의 가치와 정의 실현을 주창하는 존재일까.

미국의 문화비평가 헨리 지루(펜실베이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성기완 옮김)'이란 저서를 통해 "디즈니는 아이들의 즐거움과 순수함을 이용해 상업적 야심을 펴는 기업"이라고 혹평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는 디즈니가 휘두르고 있는 정치성 이데올로기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죽기 살기식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디즈니가 아동문화를 상업화, 제품화, 획일화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협하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 이는 곧바로 학생들에게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사고보다는 기술습득에만 집착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세상에 순응해가는 사고를 심어주기 마련이다.

그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비뚤어진 가치관을 심어주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포카 혼타스' '뮬란' 등 모든 영화에서 여주인공은 사랑에 매달리고 몸부림치는 존재로 그리면서 여성의 역할을 비하.축소하고 있다. 특히 '포카 혼타스'에서는 대학살을 저지른데 대해 비판적 역사의식은 보여주지 않은채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왜곡된 의식만 부풀리고 있으며, '라이언 킹'에서는 가난한 흑인과 남미 원주민들에게 '하이에나'역할을 맡기고, '알라딘'에서는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명백한 인종차별을 보여준다는 것.

그는 기업귀족 디즈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디즈니를 대중적인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하고, 학생들에게 미디어 바로읽기 교육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직접 생산해내는 공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루는 아이들이 쾌락과 오락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지켜가면서 쾌락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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