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한방-침의 원리·효과

옛날 여자들이 시집갈 때 머리 뒤에 꽂는 비녀 끝은 침처럼 뾰족했다. 남편이 복상사 위험이 있을 때 인중혈을 찔러 피를 내기 위함이었다. 체했을 때 등을 두드려주고 엄지 손가락 손톱 밑을 따주며, 중풍으로 팔다리가 마비될 때 열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서 피를 빼는 민간요법이 널리 퍼진 것 등은 침이 우리 생활에 폭넓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침은 고가의 약재를 사용하지 못했던 민중들이 사용하던 치료 방법이었고, 침구 사용의 빈번함은 한의학이 중국 의술과 다른 점이었다.

인체 내부에는 기혈 순환 통로인 경락이란 것이 있다. 침은 경락의 혈위에 시술하여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절하고 기혈(氣血)을 소통시킨다. 정기(正氣)를 도와 사기(邪氣)를 제거해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침의 작용에 대해서는 현대의학적 관점에서도 많은 부분이 해명되고 있다.

침은 통증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합곡혈(合谷穴)은 머리 얼굴에, 영향혈(迎香穴)은 코 입 부위의 질환에 작용한다. 침은 흥분한 신경을 진정시키고, 마비상태에 있는 신경은 흥분시키는 조절작용을 한다. 신경통에 침을 놓으면 진통 효과가 나타나고, 중풍으로 인한 반신불수 안면신경마비 말초신경마비 등이 있을 때는 그 기능을 회복시켜준다.

침은 위장관 운동에도 영향을 준다. 위경련 복통 구토가 있을 때 침을 놓으면 진통이 되고, 변비 설사에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이것은 침이 평활근 운동을 활발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침은 혈관에도 영향을 줘 침을 놓으면 혈압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또 침자극이 있을 때 백혈구가 증가한다. 침은 임파계를 활성화하여 인체의 방위능력을 촉진시키는 작용도 한다.

침을 놓아서 안되는 경우도 있다. '황제내경'에서는 술취한 자, 성관계를 한지 오래되지 않은 자, 화를 낸 후, 과로 후, 과식 후, 갈증이 심한 자, 수레를 타고 온 자, 먼 거리를 여행해서 온 자, 크게 놀라거나 공포에 싸여 있는 자, 오랫동안 굶은 자 등 열두가지 경우에는 침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맥이 문란하고 정기가 소모되어 기혈과 경락이 정상적인 순서대로 흐르지 않을 때 침을 놓으면 병이 악화되고 병세가 악화된다는 원리다.

그러나 이것은 원칙을 밝힌 것이고 실제로는 그렇게 까다롭게 구분해서 침을 금하지는 않는다. 노인이나 만성병으로 매우 몸이 허할 때, 술을 마셨을 때, 심한 운동을 한 직후에는 침을 금하고 있다.

이승우교수(경산대부속 대구한방병원 침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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