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공기업의 민영화, 국내기업의 해외매각 등 신자유주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봉해온 몇몇 국가들과 지방자치정부들이 기존 경제노선에서 후퇴, 'U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야할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와 영국의 런던시.
영국 정부는 지난 80년 이후 통신·가스·석유·전력 등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한데 이어 최근 런던지하철의 민영화를 강행하려다 런던 시정부와 시민, 노동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 좌파 출신인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은 토니 블레어 정부의 지하철 민영화 추진 논리에 맞서 채권발행을 통해 지하철 운영유지가 가능하다며 최근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이와 관련, 런던에는 지난 5월 지하철 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지하철노조의 파업과 시위가 잇따랐고 시민들도 호응을 보이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다음은 뉴질랜드. 이 나라는 시장 근본주의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재(再) 국유화와 재규제, 노동권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99년 11월 총선으로 집권한 노동당 중심의 연립정부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던 '비개입 정책'을 15년만에 '개입정책'으로 바꿨다.
'셀 뉴질랜드(뉴질랜드 팔기)' 열풍으로 대변되는 시장 근본주의 정책은 국내 산업 약화와 국제 곡물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뉴질랜드를 순채무액 871억 뉴질랜드달러(3월기준)에 이르는 채무국으로 전락시켰기 때문. 연립정부는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최저임금, 노인연금 인상 등을 단행했다.
또 민간의 경쟁에 맡겼던 산재보험 업무를 지난해 4월 다시 공기업으로 돌린데 이어 공기업인 '인민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또 미국계 기업으로 넘어가 민영화된 철도회사 '트렌즈 레일'을 다시 인수, 국유화 할 계획이다. 뉴질랜드의 이같은 조치는 민영화이후 서비스 질이 오히려 저하되고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를 가속화 시키는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인간의 얼굴을 한 국가'를 만든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낭만적 실험'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비효율적인 공기업 체제 유지가 결국 공적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통합과 고통분담, 약자보호 정신을 다시 생각케 하는 뉴질랜드와 런던의 시도는 그 자체 만으로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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