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FBI의 한국 범죄자 수사

FBI(미국연방수사국)가 지난 99년 12월20일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비준 이후 처음으로 최근 본격적인 한국인 범죄혐의자 검거에 나서 주목된다. FBI요원들은 최근 국세청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인 '세풍사건'의 핵심인물로 미국에 도피중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검거에 나섰으나 이씨가 아슬아슬하게 도주, 실패했다. FBI는 이 전 차장이 미국의 한 중소도시에 체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탐문수사를 벌여 거주지 바로 옆까지 수사범위를 좁혔지만 이씨가 눈치를 채고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 수사요원들은 동양인의 얼굴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조약 체결후 일차적으로 이석희씨 등 7명에 대해 송환을 요청했다. 이씨는 1997년 대통령선거 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 등과 짜고 동아건설 등 24개 기업으로부터 166억원의 선거자금을 강제로 거둬들인 혐의를 받고 있는데 98년 8월 미국으로 도피, 현재 2년10개월째를 맞고 있다. 이중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자진 귀국, 재판을 받고 있고 지난 5월엔 경제사범 한명이 붙잡혀 인도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해외에 도피중인 범죄혐의자는 616명을 넘고있다. 대부분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사범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50조원 규모의 대우그룹 분식회계와 불법대출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밖에 가짜 수출신용장을 이용해 외국은행에서 4천700만여달러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허병구(55) 전 신한인터내셔널 사장, '율곡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중지된 무기중개상 권병호씨, 한보그룹 비리에 연루된 임춘원 전 국회의원 등이 있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범죄혐의자들이 체류중인 나라는 미국이 227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108명, 중국 79명, 필리핀 32명 등의 순이었다.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체결 전에는 미국으로 도피한 범죄자에게는 사법권이 미치지 않아 우리 수사기관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금융권이나 각급 기관에서 거액을 유용한 후 미국으로 달아나기만 하면 된다는 비뚤어진 범죄심리를 조장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범죄인 인도조약의 발효로 범죄혐의자를 강제송환,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범죄예방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직 1명의 송환실적도 없는 사실이 보여주듯 미국측이 무성의하다는 비판과 함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FBI의 이번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한 수사가 한미간 탄탄한 사법공조의 본격적인 계기가 돼 도피자가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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