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어스 브로스넌의 두 얼굴

'007의 사나이' 피어스 브로스넌이 23일 개봉되는 두 영화에 동시에 출연, 연기력을 뽐낸다.

'그레이 올(Grey Owl)'과 '테일러 오브 파나마(Tailor Of Panama)가 그것.

후자에선 영국정부의 스파이 앤디 오스나드로 분해 007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역할을맡은 반면, 1930년대 최초의 환경보호운동가로 평가되는 아키 그레이 올의 실화를 바탕으로 꾸민 전자의 영화에선 양쪽 머리를 땋고 인디언 복장으로 그를 대역, 우리를 눈비비게 한다. '늑대와 춤을'에서의 케빈 코스트너마냥.

'그레이 올'은 캐나다 한 숲에서 전통 인디언으로 살면서 여행가이드도 하고 잡지에 투고도 하는 주인공이 젊고 현대적인 인디언 여성 포니(애니 갈리포)와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변화 요인으로 작용, 비버 사냥꾼에서 환경보호론자로 바뀌고 강연과 책출판 등으로 성공하지만 그의 출신성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반전을 탄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그레이 올의 일대기쪽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포니와의 사랑을 주테마로택해, '간디', '채플린' 등을 감독한 리처드 아텐보로 작품이란 점을 감안한 진지한 관객들에겐 다소 싱거운 느낌을 줄 듯. 인디언 모습의 피어스 브로스넌의 모습이 끝내 눈에 익숙지 않다.

스릴러 물인 '테일러 오브 파나마'에선 브로스넌은 여전히 기존 첩보원 캐릭터를 충실히 연기해 낸다. 파나마 운하가 본국으로 반환된 이후 영국정부는 스파이 앤디 오스나드(피어스 브로스넌)를 현지에 파견한다. 그는 크게 한 건 올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 뒤 스파이 생활에서 은퇴할 계획. 오스나드는 거물급인사들과 접촉이 많으면서도 어두운 과거를 지닌 양복점 재단사 해리(제프리 러시)에게 접근, 그의 약점을 빌미로 정보를 빼내기 시작한다. 여자들이나 유혹하며 능청스레 제몫을 챙기는 앤디의 코믹함이 007을 빼 닮았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돈을 찬란한 빛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자신의 말을 언제나 현실로 만들지 못했던 '제너럴', '액소시스트2'의 감독 존 부어맨이 피어스 브로스넌을 앞세운 이 작품에서 흥행에 성공할 지가 관심사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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