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日의 일방적 조업유보조치는 부당

한국 어선의 남쿠릴 열도 수역 조업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우리 어선의 자국내 배타적 경제수역(EEZ)내 조업허가를 유보한 것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일본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일방적으로 러시아와의 쿠릴 열도 조업 합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것은 한국 어민들의 생존권 박탈은 염두에도 없고 오로지 러·일간 영유권 분쟁과 관련, 자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발상에 다름아니다.

우리 정부는 이미 99년 러시아와 공식적인 어업협정을 맺고 쿠릴 열도 지역에서 조업을 해왔다. 이곳이 러·일간 미묘한 분쟁지역인 것은 사실이지만 협정체결 당시 정부는 일본에 이 수역에서의 조업이 영유권과는 관계없이 순수 어업의 문제라는 것을 통보했다. 실효적 관할권을 가진 나라의 허가를 받아 조업하는 것이 국제법적 관행이기 때문에 관할권을 가진 러시아와의 협정을 무시한 일본측의 요구는 어거지에 불과하다.

일본이 보복조치로 취한 EEZ내 우리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허가 유보는 한일어업 협정에 위배되고 국제관행에도 맞지 않는다. 한일어업협정에 따르면 매년 양국은 일정량의 어종에 대한 쿼터를 정한 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조업신청을 허가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돼 있다. 일본이 이미 허가된 조업을 일방적으로 유보한 것은 따라서 한일 어업협정 자체를 실효화 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가뜩이나 왜곡 교과서 수정에 대한 무성의한 자세로 한국 국민의 감정이 좋지 않은 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은 양국 관계의 앞날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최악의 어황부진을 겪고있는 동해안 어민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를 것이다. 정부가 조업허가 유보결정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 뒤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경우 일본 어선의 우리 EEZ내 조업을 금지하는 맞보복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대응이다. 어업 마찰을 넘어 전반적인 한·일관계의 악화로 사태가 비화된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책임이다. 일본은 즉각 허가 유보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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