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는 이념의 차이로 고통받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노래로 되짚어 보는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26일 오전 11시5분에 방송 예정인 창사 31주년 특집다큐멘터리 '아직도 못 다 부른 노래'(연출 김남태)는 해방공간에서부터 6.25를 전후한 시기까지 민초들이 불렀던 노래들의 가사와 곡에 담겨 있는 사연을 찾아나선다. 사건중심으로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노래를 발굴해 애절한 가족사를 살폈다.
제작진은 2년여에 걸친 자료 발굴과 채록과정을 통해 어렵게 구전가요들을 복원시켰다. 취재, 발굴한 노래는 '맹서하는 깃빨' '부용산가' '산동애가' '여수블루스' 등 모두 4곡.
특히 '맹서하는 깃빨'은 6.25직후 자행됐던 보도연맹사건 당시 자신을 대신해 죽은 아내를 위해 대구에서 한의사이자 문화운동가로 활동했던 이원식(78년 사망)이 만든 노래다.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이후 10년만에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때 '피학살자 유가족협회'를 구성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이원식은 현장조사를 하면서 '맹서하는 깃빨'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하지만 5.16 군사쿠데타로 유가족협회가 이적단체로 규정되자 이원식은 사형을 언도받았고, 이 노래 또한 긴 어둠속에 잠기는 슬픈 사연을 안고 있다. 이 노랫말에 담긴 사연을 통해 냉전적 논리의 사생아인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또 박기동(85.호주 시드니 거주)씨가 1947년 죽은 누이를 애도해 지은 시에 동료 교사 안성현이 곡을 붙인 '부용산가'는 '신제망매가'로 평가받을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난 노래다. 해방후 어두웠던 시대 상황과 맞물리면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이 노래는 벌교를 비롯 광주, 목포, 여수 등지에서 폭넓게 불려졌다. 작곡자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금기시됐던 이 노래의 작사자 박씨의 최근 근황과 작사 배경, 널리 애창됐던 이유 등을 들어본다.
이밖에 1948년 여수 주둔 국군 14연대 반란사건 당시에 불렸던 '여수블루스'와 '산동애가'에 얽힌 사연도 조명한다. 반란 진압과정중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광풍 속에서 그 누구도 아픔을 입 밖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민초들의 애환을 담아 널리 불렸던 트로트풍의 '여수블루스'와 일가족이 몰살되는 한과 고통을 노래한 '산동애가'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일그러진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노래와 연관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사연을 듣고 노래를 악보로 옮겼으며, 가수 문희원 이호섭씨의 노래를 프로그램에 삽입했다. 여수MBC 김남태 PD는 "분단이데올로기에 희생된 민중들의 아픔을 조명하고, 완전한 분단 이전에 함께 불려졌던 노래에서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보려 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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