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팔공산과 센트럴파크

얼마전 가족과 함께 팔공산 순환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웬 산에 배가 정박해 있고, 비행기도 매달려 있고, 산 전체가 온갖 음식점들로 가득 차 산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TV에서 떠들던 난개발의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차를 몰고 야외로 조금만 벗어나 본 사람이라면 곳곳에 음식점과 러브호텔 등이 난립해 있는 것을 목격했으리라. 마치 숨을 쉴 수 있는 몸속의 허파가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다.

십수년전만 하더라도 산 아래 한적한 변두리 마을이 지금은 온통 아파트 숲과 위락시설, 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제 산간계곡까지 위락시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고 있으니 자연훼손뿐 아니라 미관에도 영 좋지 않다.

필자가 수학차 머물렀던 뉴욕의 맨해튼 센트럴파크는 뉴욕시민의 휴식공간일 뿐만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맨해튼 사람들은 "센트럴파크가 사라진다면 더 이상 맨해튼에서 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공원을 사랑하고 아낀다. 또 서구 선진국에서는 자연과 역사유적을 보존하고 가꾸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개발을 뒤로 미루고 보존만 하는 것이 아니며 개발과 보존을 조화롭게 병행해 아름다운 국토와 유서 깊은 역사유적을 가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아름다운 유산을 자꾸 없애려고만 할까? 지역발전과 민원해결이라는 명분하에 각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나 정작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빈약한 재정 확충이나 선거를 의식한 허가 남발로 볼 수 밖에 없다. 주거공간과 편의시설 확충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법률적으로 꼭 허용해야할 경우라면 자연훼손을 최소화 하도록 보다 짜임새있고 계획적인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한번 망가지고 파헤쳐진 자연을 되찾기에는 수십년이 걸리며 파손된 문화재나 유적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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