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원봉사 현황과 과제

올해는 UN이 정한 자원봉사자의 해.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는 전국적 규모의 자원봉사 물결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내년 월드컵대회에 대비,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자원봉사를 통한 대회참여운동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는 여전히 먼나라 얘기. 청소년들에게는 자원봉사활동이 점수따기용 강제 노력봉사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자원봉사활동은 사회를 움직이는 커다란 바퀴다.자원봉사와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자원봉사활동은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바꿀 것인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대구시사회복지사협회(회장 배기효) 주최로 경주에서 열린 '자원봉사 세미나'에서는 자원봉사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대구·경북지역 자원봉사 현주소

정연욱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의 발제문에 따르면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에게 자원봉사활동이 서서히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99년말 현재 전체국민의 약 14%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시민도 약 7.6%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한번이라도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전체의 32.7%에 이른다.

자원봉사 참여자의 직업별로는 자영업종사자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주부·학생·전문직 순이어서 시간적 제약이 덜한 직업층의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으로 볼 때 100만~200만원 미만과 200만~300만원 미만의 소득자가 많아 중산층의 자원봉사 참여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자원봉사의 기간은 자원봉사 경험자 가운데 25.7%가 3년 이상 참여하고 있으나 3개월 미만도 24.5%를 차지, 단기와 장기로 양극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젊은층일수록 자원봉사기간이 지속적이지 못해 단기간의 봉사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원봉사를 왜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참여자의 39.1%가 '남을 돕고 싶어서' 또는 종교생활의 일환(18%)이라고 응답, 자선·박애적 동기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여가활용·진학·취업 등 이기적 동기로 인한 참여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

자원봉사 참여자들은 대다수가 사회복지시설이나 기관 등에서 활동을 벌였고(65.5%) 그 외에는 공공기관(12.2%), 환경관련분야(8%) 등이어서 자원봉사활동의 장이 사회복지분야에 치중되고 있었다.

대다수(95.9%)의 대구시민은 지역사회에 자원봉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고 78.2%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으나 '지금 당장 참여하겠다'는 4.9%에 불과, '필요성은 인정하되 참여에는 유보적'인 모습이었다.

◇자원봉사 무엇이 걸림돌인가?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사회에 있어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참여욕구는 높은 반면 실제 참여율이 낮고 중도 탈락자가 많으며 체계적 교육과 관리부족으로 책임성·전문성이 부족하고 자원봉사활동 참여계층이 극히 한정적이라는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를 관리하는 전담직원이 없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자원봉사자 모집이나 홍보도 산발적이고 비조직적으로 이뤄져 비효율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참여자들의 활동이 지속적이지 못한 이유와 관련, 봉사자들의 자원봉사활동내용이 적극성과 성취감을 갖지 못하는 '일'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자원봉사활용기관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청소·세탁·급식 등 단순노력봉사를 요구, 자원봉사자 개개인의 고유 기술이나 지식이 전혀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호소한다.

성산복지재단 김동성 원장은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주간 보호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강좌에서만 자원봉사자가 확보됐을 뿐 대다수 강좌는 자원봉사자를 구하지 못해 시설의 직원들이 직접 배워 진행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원장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은 시설 생활자들에게 보탬이 되기보다는 교육적 차원에서 수용하는 상황.

김 원장은 시설 자원봉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 수요처인 시설이 자원봉사자를 직접 모집·교육·관리하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원봉사센터에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만족할 만한 봉사자를 확보하지 못했던 경험이 그 이유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 시설에서도 자원봉사 활동 전문가 및 관리자가 정규직원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고칠 점이 많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자원봉사활동과 관련된 중앙행정부서를 꼽아보면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등으로 각각 산발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실시, 부처간 중복·혼선은 물론 최근에는 중앙·지방정부간 손발이 맞이 않는 사례도 많다는 것.

게다가 자원봉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할 법령이 없다는 것도 개선점으로 지적된다.

◇자원봉사가 세상을 바꾼다

정연욱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소장은 자원봉사의 사회적 효용과 관련, 경제적 효과는 물론 사회통합, 정서적 안정 등 다양한 이점을 꼽았다.

영미문화권의 선진국들은 국민 2명당 1명꼴로 조직을 통합 자원봉사에 참여해 그 경제적 효과는 GDP의 2%를 넘고 있다는 것. 이들 나라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병원·박물관·학교·공원 등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

이처럼 시민자원봉사의 힘은 단순한 보조자의 역할을 넘어 자원봉사 자체가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굳건한 지지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로 취급돼 항상 자원봉사 수혜대상자로 여겨져오던 시설 노인들마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시설 생활인들이 '정상화'와 '사회통합'이란 복지이념을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전문가들은 자원봉사활동이 국가의 복지정책 후퇴의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국가가 복지서비스를 감축,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원봉사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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