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자격증 취득 열풍

"단순 텔러는 가라, 컨설턴터만 살아남는다".그동안 업무 영역이 엄격히 구분되던 은행, 보험, 증권, 금융기관간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금융기관끼리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당연히 여기에는 '직원경쟁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해당 금융기관의 인식과 '믿을 건 실력밖에 없다'는 종사자들의 절박함이 어울려지면서 금융관련 자격증 취득 열기가 한창이다.

◇변화의 계기

정부는 현재 투신사의 업무를 규정하는 증권투자신탁업법, 증권투자회사법, 은행신탁계정의 신탁업법 등 간접투자 관련법을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이를 기존 상품 운용 체계의 일대 전환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자산관리업의 비전을 프라이빗뱅킹과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로 잡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보험사는 기존 보험상품과 실적배당상품인 변액보험을 본격 선보일 예정. 증권업도 향후 투자은행을 목표로 관련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황. 정부 방침은 증권업계의 기존 업무 영역 제한을 완화해주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 장기적으로 여수신업무를 제외한 모든 은행 업무를 취급하는 투자은행으로 전환시킨다는 전략.은행권은 MMDA를 포함한 신탁상품과 수익증권, 연금상품뮤추얼펀드, 해외뮤추얼펀드, 채권창구판매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보험사의 주력상품으로 등장할 변액보험은 투자신탁과 큰 차별이 없어 투신업계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자격증 열풍

증권업협회가 지난해 4월 처음 실시한 FP 자격증 시험 응시생은 1만3천347명(합격생 2052명)이었으나 지난 4월 3회 시험 응시생은 2만3천474명(합격생 7천655명)으로 1년만에 거의 두배 늘어났다.

신용분석사 등 은행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금융연수원에 연수를 받으려고 신청한 은행 직원은 올해 6만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

생명보험협회가 26일 치른 제1회 변액보험 판매자격 시험에는 총 19개 보험사에서 8천419명이 응시했다.

◇자격증 종류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융상담사(FP, Financial Planner). 일부에서는 FA(Financial Adviser)로 부르기도 한다.

금융, 부동산, 세무, 법률 등 전문지식과 윤리성을 갖추고 고객의 요구사항(희망, 목표, 가족 라이프사이클 등)에 따라 고객의 수입과 자산, 부채상황 등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저축, 투자, 세금대책 등을 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처음에는 증권사에서 시작을 했으나 은행과 보험사들도 협회 차원에서 이 과정 자격 교부 시스템을 갖췄다.

CFP(국제재무분석사)는 은행, 부동산, 투자와 세금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시험에 의해 선발되며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보험사 직원들은 미국에서 자격 취득을 하고 있다.

미국선물거래사, 미국공인회계사(AICPA) 등도 금융기관 직원들이 선호하는 자격증이다.

◇금융기관별 사례

대구은행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금융상담사 양성프로그램에 따라 책임자급(대리~지점장) 498명이 금융상담사 자격증(JFP)을 취득했다. 이들은 다시 금융연수원이 주관하는 FP(금융상담사) 자격증을 취득케 해 본점 및 각 영업점에서 고객들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사내 인트라넷과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공간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사이버 연수 시스템'을 도입, 신용분석 사례연구, 외환업무 등 실무위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공식적으로 은행에 등록된 자격증 보유자만 전체 직원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신용분석사 649명, FP 567명 등 금융관련 자격 취득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연수와 소매금융 전문가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빛은행은 일선 영업점 직원 2천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금융자산관리사 양성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직원 1인당 1개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교육비의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보험 및 증권사들도 변액보험, 랩어카운트 상품 도입 등으로 기존 직원들을 금융 컨설팅 전문요원으로 양성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