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랑가 불경기...그림값 곤두박질

◈작품구입 지금이 적기?'그림값이 언제까지 곤두박질할 것인가'.

올들어 화랑가가 최악의 불경기로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화랑 주인들은 "요즘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볼멘 소리를 내는가 하면, 몇몇 화랑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IMF직후만 해도 기업과 개인 등에서 내놓은 고가 작품이 시장을 근근이 유지시켜 왔지만, 이제는 아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한 화랑주인은 "신진.중견작가의 작품은 잘 팔리지 않고, 유명작가의 작품은 매입하려 해도 워낙 저가라 내놓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호당 10만원을 넘나들던 작품이 요즘들어 호당 3만~5만원에 거래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애호가의 입장에서 괜찮은 작품을 구입하는 데 최적기가 온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화랑관계자들도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태곤 대백갤러리 큐레이터는 "그림값이 바닥을 쳤다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언제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쉽사리 단언하기 어렵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했다. 그는 몇년간 그림값이 제자리를 맴돌거나 조금씩 떨어져왔다는 점에 미뤄볼 때, 앞으로도 예전같은 미술시장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의권 동원화랑 기획실장은 "이제 그림값의 거품이 걷힌 만큼 서서히 반등할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개월전부터 일부 화랑과 몇몇 컬렉터들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유명작가의 작품이나 100만~200만원대 중저가 작품을 헐값에 대량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어쨌든 문화행사가 대거 열리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 미술품 특수가 일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다. 88올림픽 이후 그림가격이 폭등했듯, 사회.경제적으로 활기를 띨 내년 월드컵이 화랑가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불황의 원인으로 화랑의 영세한 구조와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희수 공산갤러리 관장은 "경제적으로 힘든 화랑들이 좋은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지 못하고, 애호가들이 화랑을 찾지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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