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탈북주민 체류 중국 현지표정

탈북자 장길수(17)군 등 일가족 7명이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전11시) 베이징(北京)시 차오양(朝陽)구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전격적으로 들어가 난민인정을 요구함으로써 베이징 주재 외교계에 비상이 걸렸다.

○…장군 일가족 7명은 3명과 4명으로 나뉘어 UNHCR 중국 사무소가 위치한 와이쟈오런위안(外交人員) 오피스빌딩에 도착했으며 평소 경비가 삼엄하지 않은 탓에 쉽게 사무실 진입이 가능했다. 이날 오전과 오후 중국의 공안 및 외교부 관리들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 이날 저녁에야 UNHCR 중국사무소 빌딩 앞에 미니버스 한대와 4, 5명의 사복요원이 배치됐다.

○…장군 일가족이 UNHCR 중국사무소에 무사히 들어간 직후 일본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의 프리 랜서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기자는 장군 일가족 소식을 일본기자들에게 알렸으며 '길수가족 구명운동본부'대표인 문국한씨는 한국 특파원에게 이사실을 급히 통보하는 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장군 일가족과 문씨등은 기자들에게 16명이나 되는 장군 일가의 영문가계도와 일가족 일부의 사진을 공개, 장군 일가족 소식을 국제문제로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 UNHCR 중국사무소는 빌딩 2층 1-2-1호에 위치하고 있으며 빌딩 근무요원들은 외신기자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오전 중 처음에는 막았으나 대부분 제지하지 않았으며 대신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말도록 중국인 근무요원이 정중한 자세로 요청했다.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1층 복도에서 기다리며 사태파악에 나섰고 북한인들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지로 기자는 2층으로 진입했다가 30분만에 밀려나와 기자들에게 사태를 설명했다.

○… 중국 외교부와 북한대사관은 사태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상한듯 UNHCR과 먼저 접촉을 취하지 않았다. 이들의 이러한 자세는 우선 사태를 파악한 다음에야 입장을 취할 수 있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치웨(章啓月)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중국과 북한간에는 난민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번 사태는 더 알아보아야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중국 외교부에 "신중히 처리해줄 것을 요망한다"고 요청했으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북한 인권감시 단체인 '북한민중 긴급네트워크(RENK)는 26일 일본 오사카(大阪)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베이징 유엔 난민고등 판무관실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북한주민 7명의 성명서를 대신 공개했다.

북한 주민 7명은 이 성명에서 UNHCR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중국당국에 요청할 경우 북한에 강제 송환된다"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개인 독재하에 있는 북한 인민의 오랜 침묵을 앞장서서 깨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RENK의 이영화(李英和)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들 탈북 주민은 RENK를 통해 자신들의 성명을 공개하고 싶다며 지난 19일 RENK 관계자에게 성명서를 전달했다.

외신종합=류승완 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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