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성큼 다가선 정보.지식기반 사회는 교육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획일적인 대량생산 체제는 이제 맞지 않게 됐다. 개인의 특성.소질에 맞는 개별화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내년부터 특기.적성.다양화를 추구하는 대입제도가 시도되는 것도 같은 맥락 위에 서 있는 것.
그러나 학교 현장과 교육 행정은 좀체로 변할 줄 모른다. 여기에 IMF사태 이후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된 경제 논리가 교육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면서 교실 붕괴와 공교육 위기가 밀어 닥쳤다.
현실은 이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의 틀에 얽매여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힘들더라도 새로운 길을 걸을 것인가? 대구의 새 교육감 당선자에게 모두들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도 이것 때문. 대구 교육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초교 5, 6년생이나 중 2, 3년생쯤의 자녀를 둔 대구지역 학부모라면 드물잖게 한번쯤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이른바 '수성학군'에 보내려면 이맘 때 이사나 위장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초.중 졸업생 수보다 중.고교 수용 규모가 더 크다는 수성학군이 매년 신입생 배정 때만 되면 학생이 넘쳐 다른 학군으로 보내야 하는 문제로 골치를 앓는 것도 수성구행을 결행하는 학부모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
왜 수성학군을 선호할까? 이유는 단 하나 뿐. 공부를 많이 시켜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낸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이니 학교 시설이나 통학 여건 따위는 아예 관심 밖. 실제로 신천 동서 간의 학력 차는 크다. 수성구의 서울대 진학률은 그 대단하다는 서울 강남을 능가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얼마 전 "2000학년도 서울대 진학률은 서울지역에서 강남구가 100명 중 2.7명으로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해 수성구 10개 일반계 고교(124학급)의 서울대 합격자는 무려 201명. 학급당 1.6명꼴, 100명 당 3명을 넘는다. 그 10개교가 대구전체의 45개 일반계 고교 서울대 합격자(448명)의 45%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득점자 편중 현상은 현재의 고3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있은 모의수능 결과 인문계 남자 경우 학교별 상위 30% 평균점수 순위 1~5위를 수성지역 고교가 싹쓸이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학부모들의 선택 때문일 뿐이다. 중학교 때 수성학군으로 옮겨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상위권. 고득점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우선 사교육비가 더 들어간다. 지산동과 성서에서학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한 학원장의 설명. "성서는 학부모가 중류층이면 단과반, 상류층이면 종합반을 듣습니다. 그러나 수성구에선 하류층이 단과반, 중류층은 종합반, 상류층은 과외까지 합니다.수강료는 수성구가 더 비싸지만 학생 모으기 힘든 곳은 싼 성서 쪽입니다".
입시 지도에서도 동과 서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훨씬 집요한 사립고가 우선 수성에 많고, 교사의 잦은 이동 등 때문에 취약하다는 공립고도 수성구에서만은 다르다. 경북고.대구여고는 시교육청이 유난히 관심 쏟는다. 핵심 장학진을 교장.교감으로 보내고 자금 지원도 특별하다. "교사 배정에서도 특정 학교 우대는 확연하다"고 전교조 대구지부 이대식 교사가 지적했다. 실력 있다는 교사를전통 있는 몇몇 고교에 집중 배치한 뒤 5, 6년이 지나도 전보하지 않는 배려를 한다는 것. 지역 불균형을 학부모가 만들고 시교육청과 학교가 부추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교육청의 학력 지상주의, 거기에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간 차이는 불가피하고, 대구 전체로 보면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을 뿐더러, 교실붕괴를 오히려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케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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