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박사백수'넘친다

박사(博士)란 호칭만큼 오래된 명칭도 그리 흔치 않을 것만 같다. 중국 진시황때 교육을 맡아보던 관직에서 비롯된 '박사'명칭은 고려때 국자감의 박사로 우리와 접목된후 조선조의 성균관과 홍문관 정7품 '박사'로 명맥이 유지되다 개화(開化)후에는 대학이 수여하는 최고의 학위로 활짝 꽃이 핀 것이다. 박사란 옛날에는 관직의 명칭이었음에 비해 요즘은 학위(學位)를 의미하지만 '학식이 박통하고 인품을 갖춘 사람'으로 주변의 존중을 받고 있음에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 없다 할 것이다.

▲이처럼 존경의 대상인 박사가 요즘 공급 과잉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한국능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06년까지 5만3천584명의 박사가 공급되지만 이중 49.5%인 2만6천521명이 일자리를 잡지못한 실업자로 남을 것이란 지적이다. 분야별로 보면 인문계열은 62.2%가 미취업자로 남을 전망이며 다음으로 이학계열(56%), 사회계열(45.3%), 공학계열(44.1%) 순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란 것이니 앞으로 흘러 넘치는 박사 '백수'를 어떻게 다루어야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처럼 박사가 양산된데는 80년대의 졸업정원제로 대학 졸업자가 늘어난데다 교육당국이 대학원 정원 늘리기를 무분별 하게 허용한 때문.

▲게다가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자 대졸자들의 대학원 진학이 급증, 박사 양산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지만 당국은 속수무책인채 공들여키운 아까운 인재들만 썩히는 2중고를 겪고 있으니 딱하기만 하다. 참고로 전국 21개 주요대학을 졸업한후 박사학위를 따는 기간은 평균 7년7개월(92.7개월)이고 박사학위 취득 비용은 평균 6천800여만원이라니 그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이고도 절반가까이가 실직 신세라면 국가적으로도 이보다 더 큰 손실이 또 있을까.

▲현대는 결국 전문성을 앞세운 과학경쟁시대다. 이런 시대적인 추세속에서 박사인력이 양산된 것을 나무랄수는 없다. 아니 더 많이 양성돼야 한다고 강조해도 오히려 모자랄 판이다. 그렇지만 박사 양성에도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고 학위인만큼 그 질적 수준을 높이는 한편으로 양성된 박사 인력이 백수가 되지 않게끔 사전에 철저한 '인력 수요'도 챙기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최고 인재'로 길러놓고는 그 절반이 건달 노릇을 한데서야 차라리 양성 않은 것만도 못하단 생각도 든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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