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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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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파괴자 황소개구리.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못.하천.저수지 할 것 없이 지천으로 널린 게 이것이었다. 4년 전 봄에는 환경부.환경단체 등이 나서서 잡기 대회까지 여는 등 온나라가 몸살을 앓았었다. 이걸 잡아 오면 중.고교에서는 '자원봉사' 점수를 후하게 주기도 했을 정도.

그런데 이 황소개구리가 근래 하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어디로 갔을까? 어찌된 일일까?

◇이상한 일 = 황소개구리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들을 확인해 보려고 취재팀이 의성의 주요 하천인 위천.미천.쌍계천.남대천.안평천 등을 돌았다. 그러나 하천에서는 만나기가 쉽잖았고, 현지 주민들도 "구천.가음지 등 대형 저수지에서만 밤에 울음소리를 간간이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가음지에서 이동식당을 하는 한정화(여·39)씨는 "근래 들어서는 본 적은 없고 밤에만 가끔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안사면 주민 김종익(52)씨도"몇년 전만 해도 비만 오면 도로 위로 올라오는 등 극성을 부렸으나 요즘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 졌다"고 했다.

그러나 황소개구리는 번식력이 대단한 놈. 5∼7년을 살면서 1회에 6천∼4만개의 알을 낳을 뿐 아니라 부화율도 높아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이런 놈이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전문가들의 관측 = 학계의 관측도 분분했다.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의 저자인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크게 두 가지로 원인을 나눴다. 하나는 4년 전 그때의 무차별 포획, 다른 하나는 그 자체의 생존력 상실. 뒷부분과 관련해 심 박사는 "황소개구리들이 한 울타리에서 생존 경쟁하느라 서로 잡아 먹거나 근친교배로 발생한 악성 유전자 때문에 죽어 없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영남자연생태연구소 유성원 박사는 "먹이사슬, 번식 조건, 산란 장소. 서식처 등의 환경이 변화된 것이 주 요인일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 박희천 교수는 "너구리.수달.왜가리.청둥오리 등의 공격을 받아 알.올챙이가 많이 희생돼 숫자가 감소하고, 이런 동물을 피해 큰 놈들은 깊은 계곡이나 대형저수지로 서식처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외래종인 솔잎혹파리가 몇년 전 기승을 부리다가 생태 변화로 최근 잠잠해 진 사례를 들며, "외래종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해서는 극성을 부렸으나 몇년 안돼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예가 종종 있었다며 황소개구리도 그런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소개구리는? = 울음 소리가 황소와 비슷하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으며, 녹색 혹은 갈색이다. 올챙이로 자라는 일년 동안은 수초 등 식물을주로 먹지만 그 후에는 육식한다. 3년쯤 되면 몸길이 15cm. 뒷다리 25cm, 몸을 완전히 편 길이 40cm 정도로 자란다. 원산지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우리나라에는 만 30년 전(1971년) 일본으로부터 식용으로 반입되기 시작했으나 사육농들이 수지가 맞지 않자 무단 방류, 야생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물고기 알, 어린 물고기, 작은 물고기, 개구리, 도롱룡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생태계 파괴자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142종의 동물을 잡아 먹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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